트럭 출신 브리또의 대학가 입성기
트럭 출신 브리또의 대학가 입성기
  • 송다빈 기자
  • 승인 2014.08.31
  • 호수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스마스 안성희 대표에게 사업전략을 배우다

ERICA캠퍼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간식 메뉴를 묻는다면 단연 도스마스 브리또를 손에 꼽을 것이다. 도스마스는 ERICA캠퍼스를 본점으로 멕시코의 주식인 브리또를 우리 입맛에 맞춰 식사, 간식, 야식 상품으로 파는 가게다. ERICA본점은 전국에 퍼져 있는 매장 중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본지 기자는 3,000원짜리 브리또를 팔아 하루에 2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안성희<도스마스 대표>는 학교 앞에서 트럭 장사로 사업을 시작해 4년 만에 40개의 대리점을 개업하며 대학가를 점령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까지 침범한 이 시점에 본인만의 차별화된 브랜드로 사업을 이끌어 오고 있는 안성희 대표의 사업 비법을 들어봤다.


트럭 한 대에서 대리점 40개까지
한대신문 송다빈 기자(이하 송): ‘도스마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안성희 씨(이하 안): 도스마스는 도스가 ‘two’, 마스가 ‘more’로 ‘두 개 더 사가’라는 의미의 스페인 어에요. 원래 ‘하나 더 사가’란 의미로 ‘우노마스’ 로 지으려 했는데 미국에 유명한 레스토랑 이름과 겹쳐서 도스마스로 정했어요.

송: 지금의 도스마스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세요.
안: 원래는 미국에서 살았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게 됐어요. 지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도와준다고 해서 귀국했죠. 식당을 하나 내줄 줄 알았더니 트럭에서 장사를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처음엔 눈앞이 깜깜했어요. 첫날에 트럭을 몰고 브리또 하나를 팔았어요. 그때는 수원역에서 초저녁까지 장사하고 야식을 겨냥해서 밤 11시에 ERICA캠퍼스로 넘어왔어요. 한번은 시험 기간이었는데 학생들이 아침 7시까지 계속 찾아오는 거에요. 그때 브리또가 대학생 간식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를 계기로 계속 장사를 하면서 대학생들에 맞춰 사업 방향을 개선해 나갔어요.

송: 4년 만에 지점을 40개나 내셨는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무엇인가요?
안: 공동 대표인 남편과 저의 사업 철학은 ‘내 밥그릇을 작게 갖자’에요. 고기를 줄이거나 소스를 조금 뿌리면 가격은 변함없어도 수익을 낼 수 있어요. 얼마든지 단기적인 이윤을 남길 방법은 많지만, 나한테 남는 것을 줄이면 롱런할 수 있어요. 대리점을 낼 때도 바가지를 씌우고 한 대학에 다섯 개도 낼 수 있지만 우리는 하나씩만 내줘요. 그게 점주님과 우리의 약속이에요. 우리가 점주님을 평생 먹고 살게 해줄 수 있는 거죠.

송: 40개의 도스마스 매장이 모두 대학가에만 있나요?
안: 네. 대학가에만 있어요. 우리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게 좋아요. 물론 장단점이 있지요. 방학 때는 손님이 별로 없을지라도 학기 중에는 다른 장사보다 두 배는 더 잘되기 때문이에요. 특히 시험 기간에 매상이 30% 정도 늘어요. 단체로 야식으로 많이 시켜 먹어요. 얼마 전에 한국외대에서는 전교생이 야식으로 우리 브리또를 먹었답니다.

송: 다른 가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로 배달하잖아요. 근데 도스마스는 차를 사용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안: 물론 오토바이가 배달에 용이하긴 하지만 다른 대리점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크게 났었거든요. 그런 안전 문제 때문에 오토바이보다 차를 고집해요. 그리고 가게 로고를 차에 붙이고 다니면 그게 또 다른 광고가 되더라고요.

ERICA와 도스마스, 도스마스와 ERICA
송: ERICA캠퍼스 매출은 40개의 지점 중 몇 번째로 장사가 잘되나요?
안: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와 한양대 ERICA캠퍼스가 1등을 두고 막상막하로 잘돼요. 특히 ERICA캠퍼스는 오래됐으니까 맛집으로 일반인들도 많이 오시고, 인근에서 일하는 경찰들도 하루에 한 번은 꼭 먹으러 오셔요. 일요일에는 학교 근처 꿈의 교회, 동산교회에서도 많이 찾아 주셔서 주말에도 매상이 안 떨어지는 게 장점이죠.

송: 도스마스 본점만의 특징이 있나요?
안: 브리또 무게가 원래 300g이 안 됐었는데 지금은 340g으로 만들고 있어요. 밥이랑 국이 있어 든든한 한식집과 경쟁하려는 전략이죠. 뿐만 아니라 한양대 에리카 점은 치즈를 한 장 더 넣어주는데 이것은 우리가 진행하는 장학금 사업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요. 2012년부터 지금의 도스마스를 있게 해 준 한양대 학생들에게 환원하고자 학교와 함께 도스마스 장학금 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8명밖에 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학생들에게 치즈로라도 돌려주려고 해요. 꼭 돈이 아니더라도 돌려주고 싶었거든요. 학생들이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하거나 맛있게 먹는 학생들을 보면 그걸로 저는 만족해요. 오는 9월에도 장학금을 학교에 전달할 예정이랍니다.

▲ 도스마스 에리카점에서는 다른 지점과 달리 치즈 한 장을 더 넣어주고 있다. 학생들 한명 한명에게 치즈 한 장의 장학금을 주자는 것이 사장님의 취지이다.

송: 도스마스 근처에 브리또를 파는 ‘플랜비’라는 경쟁 업체가 생겼잖아요.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안: 딱히 대처한 바는 없어요. 그만큼 저희는 도스마스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확실한 점은 플랜비가 있기 전까지는 우리 맘대로였어요. 하지만 플랜비가 생기고 나서는 우리가 좀 더 긴장하게 되고 더 잘하려고 애쓰게 됐죠.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음식점도 상표를 보기 때문에 매출에는 큰 지장이 없었어요. 이미 학생들이 도스마스만의 색깔이 담긴 브리또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게 매상은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송: 에리카점의 매출 증가를 위한 사업 전략이 있나요? 실제로 효과를 본 전략을 소개해주세요.
안: 에리카점에서는 브리또에 소시지를 추가하면 음료를 무료로 주는 행사를 반년 넘게 해오고 있어요. 손해 볼 것 같은 행사지만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매출이 늘었어요. 고려대 안암점과 한양대 에리카점만 하는 행사에요.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아니에요. 소시지값에서 돈이 남는데 그 돈이 딱 콜라 원가에요. 우리는 그렇게 팔아도 브리또에서 남으니까 성공한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희는 그냥 브리또 3,000원짜리 팔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 맛있는 브리또를 먹는 거니까요. 끝까지 그렇게 할 거에요.

‘당신이 20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송: 휴의 목표가 인터뷰이에게 배울 점을 얻는 거에요. 마지막으로 사장님이 20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안: 저는 젊었을 때 공무원을 했었어요. 지금은 공무원이라 하면 다들 부러워하고 훌륭하다고 여기지만 그때는 ‘공무원이나 해먹어라’하고 욕하는 시절이었죠. 공무원을 할 때 일이 너무 재미없어서 자살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공무원은 그냥 주어진 일만 해야 한다는 점이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저는 다시 20대로 돌아가면 공무원은 절대 안 할 거에요. 저는 그림 그리는 대로 다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게 더 행복해요. ‘삼성을 가야 한다.’ ‘3대 그룹에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요. 우리나라는 그 시기에 해야 할 걸 안 하면 다들 큰일 난 줄 알아요. 도스마스를 하고부터는 나로 인해서 대리점을 내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분들을 많이 보는 게 보람이고 자부심이에요. 주어진 길로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해요. 그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사진 김은영 기자 young5412@hanyang.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