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형제들
우아한 형제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4.06.02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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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 김윤식 형제 발레리노를 만나다

세상엔 수많은 형제와 자매들이 함께 자라나지만, 나중에는 각자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경식, 김윤식 형제에게는 다른 점이 있다. 현재 국립발레단에서 발레리노로 활동 중인 그들은 직장 동료이자, 동시에 둘도 없는 형제 사이다. 사회를 홀로 헤쳐나가는 것보다 한 사람이라도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손을 마주 잡고 떠난 형제의 인생 여행을 뒤쫓아 보았다.

한대신문(이하 한): 무용 분야에도 종류가 많은데 발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경식 씨(이하 경): 어릴 적에 우연히 발레 학원에 다니게 됐는데, 그때 발레가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잠깐 한국무용을 해 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한국무용은 너무 정적이라 안 맞더라고요. 결국, 다시 발레로 돌아왔죠.
김윤식 씨(이하 윤): 저는 아예 다른 분야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형이 발레 하는 걸 보고 시작한 후로 쭉 발레만 했었죠.                    

한: 이후에 중·고·대학교를 같은 곳을 다녔는데 이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경: 같은 경로를 밟기는 했지만 그런 느낌은 없었어요. 너무 어렸을 때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대부분 제가 졸업할 때 동생이 막 입학했어요. 대학교 때는 동생이 교내 영재시스템으로 일찍 학교에 들어와서 1년 동안 같이 다니긴 했죠. 하지만 학교에 들어와서도 같이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어요.
한: 둘이 나이 차가 어떻게 되나요?
윤: 4년이요. 제가 많이 삭았죠. (웃음)

한: 지금은 함께 국립발레단에 소속되어 있는데 같은 직장을 다니는 거잖아요.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경: 오히려 이곳에 온 후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아침에 같이 일어나고 퇴근하고 밥도 같이 먹어요. 여기 있기 전에는 서로 다른 단체에 있었어요. 그때는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대화를 자주 못했죠. 동생이 먼저 이곳에 왔고, 제가 1년 후에 들어왔어요.

한: 국립발레단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윤: 저는 무엇보다 큰 무대에서 춤추고 싶었고, 또 다양한 레퍼토리도 해보고 싶었어요. 제일 큰 이유는 정말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서 왔어요.
경: 동생을 생각하면 이곳에 오는 게 더 낫겠더라고요. 국립발레단도 점점 더 발전하고 있고 좋아지는 단계에요. 이 연습실도 사실 생긴지 얼마 안 됐어요. 최근에 새로 신축한 건데 이런 환경은 세계 어디 가도 없어요.

키가 제일 부러워요
한: 발레를 오랫동안 하셨는데 이 장르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경: 발레를 하다 보면 거울을 보며 자신이 가진 부족한 점을 계속 점검하는 일이 많아요. 거울을 보고 매일 연습해서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야 해요. 그 날 몸 상태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항상 좋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거죠. 쉽진 않아요. 그래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 기분이 좋아요. 
윤: 한 공연에 길게는 석 달에서 한 달을 연습하는데 오랜 기간을 준비해서 무대에 서는 건 딱 한 번이잖아요. 그 기간을 참아내고 무대에 서고, 관객에 환호해 주는 박수 소리를 듣는 것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한: 어느 정도 발레도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보나요.
경: 저는 우선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몸을 타고난 것 외에도 센스나 받아들이는 정도,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들도 필요해요. 연주자가 좋은 악기를 가지면 능력이 더 배가되듯이 발레도 좋은 몸을 가진 사람이 더 잘해요. 어쨌든 눈으로 보는 예술이니까요.

한: 동생의 능력 중에 갖고 싶은 장점이 있다면?
경: 첫째로 윤식이의 키를 닮고 싶네요. 발레에서는 2, 3cm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배역이 달라져요. 어떤 배역은 제가 넘볼 수가 없죠. 동생이 강하고 힘이 필요한 기술을 잘 할 줄 아니까요.

한: 반대로 동생은 형의 어떤 점을 닮고 싶나요?
윤: 형은 음악성과 감각이 있어요. 어떤 한 동작이나 안무를 알려 줬을 때 받아들이는 게 빨라요. 남들은 몇 번이고 가르쳐 줘야 하는 동작을 형에게는 한 번 알려주면 바로 습득해요. 머리가 좋아요.
경: 모르겠어요. 머리가 좋은가?
윤: 그럼 다른 사람들이 머리가 나쁜 건가. (웃음)

한: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배역은 무엇인가요?
경: 저는 주로 연기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처음에는 너무 하기 싫었어요. 이것을 위해 발레를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굳이 자신에게 경계를 긋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좋은 역할은 하고 싶죠. 그런데 그건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더라고요. 처음에는 쓸데없는 자존심도 부렸어요. 누구나 주인공일 수는 없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한: 발레를 하면서 힘든 점은?
윤: 부상을 당할 때요. 공연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치면 못하게 되니까요. 바로 낫는 것도 아니고 재활기관 동안 힘들죠. 최악의 상황에는 발레를 영영 못할 수도 있고요.
경: 주로 저보다는 동생이 다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주인공 역할은 전체적인 걸 다 이끌어나가야 해서 다칠 가능성이 크죠. 저는 부상 외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것들에 관한 고민이 힘들어요. 어찌됐든 결국에는 무용수를 그만둘 시기가 오니까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형제 기업 하나 차려볼까요
한: 운영하시는 블로그를 보니까 영상제작, 사진 촬영 등 여러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경: 옛날부터 동생이랑 얘기한 게 있어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우리만의 작품을 해보자는 거요. 지금이 그럴 만한 시기죠. 근데 오히려 시간이 없는 것 같네요. 저희가 최근 안무를 만들어 영상을 올린 게 있는데 거의 1년 이상을 자투리 시간을 내서 한 거예요.

한: 블로그에 ‘하늘을 달리다’란 주제로 다양한 장소에서 뛰고 있는 사진을 찍었는데 이것은 어떻게 찍게 됐나요?
경: 옛날부터 뛰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좋아했어요. 일본에 ‘나츠미 하야시’라는 사진작가가 있는데 발레를 전문으로 찍더라고요. 우리도 이런 걸 해보자 해서 했는데 윤식이의 사진 기술이 점점 늘어나니까 작업도 전문적으로 변했어요. 
한: 일부러 사진을 위해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찍은 줄 알았어요.
윤: 에이, 여행 간 김에 찍은 거죠. 그래도 작업 목적으로 전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싶긴 해요.
경: 그거 하다 허리 부러지겠다.

한: 혹시 발레를 안 했다면 해보고 싶은 직업이 있나요?
윤: 잘 모르겠어요. 뭐 했을지. 발레 하고 나서는 다른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진짜 발레만 한 것 같아요. 사진도 솔직히 배운지 2년밖에 안돼서 그전까지는 계속 발레만 한 것 같아요.
경: 저는 오히려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이런 걸 보면 동생이랑 저랑 다른 점이 느껴지네요. 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연예 쪽으로 가고 싶어요. 좀 더 저를 대중에게 표출하고 싶어요.

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윤: 무용수 전문 사진작가가 돼서 나중에 전시를 크게 해보고 싶어요. 제가 한창 춤출 나이이지만, 앞으로 길어야 13년 정도에요. 발레 하시는 분들은 거의 마흔 전후로 그만두시더라고요. 몸이 옛날 같지 않으니까요. 그때 제가 지난 시간 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사진전을 열고 싶어요.
경: 저는 영상 제작을 배워보고 싶어요. 사진과는 조금 다른 매력이 있잖아요. 무용수의 젊은 시절을 찍고 싶어요.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분명히 그리울 거예요. 사실 발레단에 있는 무용수들 대부분 고급 인재예요. 능력에 비해 너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한: 대중에게 발레를 알리는 데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경: 자신을 알리고 대중에게 알려져야 반응도 생기고, 만족감이 생기죠. 그렇게 되면 여기 발레단도 더 발전 할 거예요. 어떻게 보면 홍보나 연출에 관심이 있어요. 저희 둘이서 형제 발레리노라고 이름을 걸어놓고 계열사로 발레에 관한 영상이나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윤: 벌써 계열사가 생겼어. 이러다 2인 기업 되는 거 아니야? (웃음)

사진 이근녕 수습기자 dlrmssud@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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