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흘린 눈물, 내가 닦아 줄게!
‘난장이’가 흘린 눈물, 내가 닦아 줄게!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4.04.26
  • 호수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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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시재생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무허가 주택에 살던 난장이 가족이 도시재개발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도시재개발은 저렴한 주택을 일거에 사라지게 함으로써 저소득층 거주자들의 주거 안정권을 침해했다. 도시재개발의 뒷면에는 저소득층의 낮은 재정착률과 원주민의 사회 네트워크의 붕괴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소설 속의 난장이 가족이 재개발 과정에서 겪은 비극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도시개발 방법인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 때문이다. 김인희<서울연구원> 연구조정실장에 따르면 “도시재생은 기존의 ‘도시재개발(Urban Renewal)’이 물리적 환경 개선에만 치우쳤던 것과는 달리 사회·경제와 같은 방면도 고려한 도시개발을 의미한다”라고 도시재생의 개념을 설명했다.

▲ 도시재생은 물리적 재생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재생도 추구한다. (박가람<기계공학부 13> 군 제공)


도시재생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물리적 재생은 사회기반시설이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말하고 △사회적 재생은 지역 공동체 구성과 공동체 내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이루도록 돕는 것을 뜻하며 △경제적 재생은 주민들의 직업 교육이나 사회적 기업 설립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의미한다.

도시재생의 필요성 대두
도시재생은 ‘도시교외화(Suburbanization) 현상’의 폐해를 해소하고자 고안됐다. 도시교외화 현상은 주거 공간이나 산업시설이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구와 산업이 도심에 집중되면서 발생한 문제점이 교외화를 부추긴 것이다. 도시교외화 현상은 도심의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는 도심쇠퇴를 가져와 도심공동화(都心空洞化)현상을 일으켰다. 하지만 문제는 도심공동화가 단순한 현상을 넘어서 실업률 증가와 같은 사회문제로 발전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 교외화의 비효율성이 거론되면서 도시재생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교외화가 일으키는 녹지훼손과 토지 이용의 비효율 문제가 거론됐다. 사람이 한군데 모여 사는 것이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쇠퇴한 도심부를 재정비한 다음 토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이 요구됐다.

국내 도시재생 현황과 한계점
국내에도 기존 도시개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6년 도시재생사업단을 출범해 2007년부터 본격적인 도시재생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 결과로 작년 6월에 도시재생특별법(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되고 12월부터 시행됐다. 도시재생이 제도적 차원에서 정립됐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나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도시재생사업단에 속해있는 황규홍<LH 도시재생사업단>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도시재생특별법에 따라 새로이 법이 제정되었으므로 정책수준은 선진국의 70~80%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해 도시재생사업단의 성과를 보여줬다. 다만 “상권 활성화나 접근성을 과학적으로 증가시키는 법과 같은 도시재생의 기술적 측면은 아직 많이 부족해 선진국 기술 수준의 50~60%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한계점을 밝혔다.


이 밖에도 국내 도시재생의 미흡한 부분은 도시개발 사업에서 주민의 참여가 형식적이라는 점이다. 김 연구조정실장은 “서울시에서 현재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은 시에서 모두 관리하고 있다”며 “원래 마을만들기의 취지는 주민이 모든 개발사업의 기획에 참여하고 시에서는 예산만 지원하는 것이다”라며 현 서울시의 마을만들기 사업의 아쉬운 점을 토로했다. 즉 최소한의 법률적 조건을 맞추는 것이 아닌 ‘확대형 주민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와 포럼보방
도시재생의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 사업의 돌파구를 찾아보자. 프라이부르크의 도시재생 사례는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단체인 포럼보방(Forum Vauban)을 통해 프라이부르크의 군 유휴지를 성공적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사례로 유명하다.

포럼보방은 주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Planning for Real’, 즉 ‘실현을 위한 계획’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안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주민참여 과정에서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의 의견이 해당 지역 주민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사용됐다. 이 방법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는데 발언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이 제안한 사안에 대해 스스로 일을 할 것을 보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소수의 의견에 주민단체가 끌려가지 않도록 도와 주민이 단체에서 이탈하는 막았다. 오세형<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간사는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주로 정부와 협상을 벌이는 것과 같이 거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라며 “프라이부르크의 포럼보방의 사례와 같이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미시적인 차원의 접근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했다. 

도움: 박가람 <기계공학부 13> 군(인포그래픽 제작)
황규홍<LH 도시재생사업단> 사무국장
김인희<서울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오세형<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간사
참고: 책「탈근대 도시재생」, 원제무
책「프라이부르크의 마치즈쿠리」, 무라카미 아쓰시
책「도시 클리닉」, 테오르드 폴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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