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下心)
하심(下心)
  • 간의철 <관리처 시설팀>
  • 승인 2014.04.07
  • 호수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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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 중에 시멘트(Cement)라는 것이 있다. 시멘트는 칼슘이 주성분으로 시멘트와 물을 섞으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단단한 덩어리로 변한다. 하지만 순수한 시멘트와 물을 섞어 양생하면 강도가 약해져 쉽게 깨지는 단점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멘트, 모래, 물을 적정 비율로 혼합하면 시멘트의 강도와 모래의 강도가 결합하여, 모래가 없을 때보다 훨씬 단단해진다. 이것을 몰탈이라 부르며, 요즘에는 레미탈이라는 제품이 나와 물만 섞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두 재료를 혼합할 때 물을 섞지 않으면 과연 주재료의 강도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까? 아마 레미탈이라는 자재에 물이 없다면 시멘트는 시멘트대로, 모래는 모래대로 각자 자신 고유의 특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독립된 개체로만 남아 건설현장에 꼭 필요한 레미탈이라는 건설자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시멘트와 모래가 결합하여 레미탈이라는 또 하나의 융합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적 요소인 것이다.

효율성과 경제성, 이익실현의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몰탈 중 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것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물 그 자신의 존재는 미미할지 모르지만, 물은 자신 이외의 것에 대한 가치를 더 높여주고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며, 독립적인 것들이 융합할 때 각자의 특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노자의 도덕경 왕필본 8장에서는 물에 7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첫째,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둘째,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셋째, 구정물까지 받아주는 포용력

넷째,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

다섯째, 바위도 뚫는 인내와 끈기

여섯째,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

일곱째,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

 

 

지식정보사회의 전환을 가져온 시장경제 우선의 자본주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산업 별, 지식 별 경계의 벽을 허물며 끊임없는 발전과 혁신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저변에는 효율성과 시장경제논리에 의한 이익의 극대화라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있고 상호 배려와 이해, 협업의 상생논리보다는 나만의 뛰어난 업적과 성과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의 가치가 우선시 되어 왔다.

이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보이지 않는 배려와 노력으로 우리에 의한, 우리의 공동 성과물을 창조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나는 우리네 사는 현대사회에서 물이 가지는 한 가지 덕을 더 추가하고 싶다.

 

 

여덟 번째, 자신을 낮추고 타인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하심(下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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