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의 늪에 빠진 대학생들
‘학점’의 늪에 빠진 대학생들
  • 한대신문
  • 승인 2014.03.10
  • 호수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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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의 방침으로 F학점 삭제와 학점 포기제도가 폐지된다. 교육부는 “F학점 삭제와 학점 포기는 정당한 절차가 아니다”라며 대학가에 학사 제도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학들은 갑작스럽게 학사 제도를 변경했고, 우리학교 또한 수강 정정 기간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급박하게 수정안을 공지했다. 결국 이러한 제도 변화는 대학본부는 물론 전국의 대학생, 특히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줌과 동시에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물론 대학들은 그동안 대외용 증명서, 즉 F학점과 학점 포기여부가 표기되지 않는 일명 ‘취업용’ 성적증명서를 따로 발행해왔고, 이는 학점 인플레이션과 학점 세탁 문제를 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학점이 지니는 의미와 신뢰도 또한 무한히 떨어졌다. 그러나 학사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정당한 대안인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가하는 제재가 사회에 팽배한 전반적인 학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극심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에 있다.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과열화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생들은 더욱 특별한, 그리고 더욱 뛰어난 스펙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 학점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스펙 중 하나다. 학점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기업에서는 학점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해도, 누구나 A+를 받는 상황에서 C를 받고 싶은 학생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학생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뒤지지 않기 위해 필연적으로 학점 세탁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도입된 정책은 학점 세탁의 근본 원인은 건드리지도 못한 미봉책일 뿐이다.

새로 도입될 정책 때문에 학생들은 점점 본인이 듣고 싶은 과목보다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강의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보다 학점 잘 주는 과목을 우선시하게 된 상황이 온 것이다. 이제 학생들은 F라고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서 어쩌면 지금보다 더 학점에 매달려야 할지 모른다. 학점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도 변경을 감행했지만, 결국에는 학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종의 모순에 갇힌 셈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더욱 더 학점이란 무게를 짊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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