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프로포폴 曰 “난 원래 마약이 아니란다.”
억울한 프로포폴 曰 “난 원래 마약이 아니란다.”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4.03.08
  • 호수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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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목적으로 쓰면 안전하고 효과 좋은 마취제일 뿐

2009년에 마이클 잭슨이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해 사망했다는 소식 때문에 이 마취제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2013년 초에는 여러 연예인이 프로포폴을 마약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재조명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편 성형외과 환자가 프로포폴을 사용하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은 이 마취제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프로포폴, 그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파헤쳐보자.

▲ 김동원 교수의 협조로 한양대병원에서 찍은 실제 프로포폴의 모습. 빨간 글씨로 '향정신성'이라고 적혀져 있다.
우수한 마취제이지만 조심해야할 점도 있어
프로포폴은 1977년 영국의 화학회사인 ICI가 화학합성으로 개발한 수면 마취제(의식을 소실하게 하는 마취제)로 정맥 주사를 통해 마취한다. 프로포폴이 ‘우유주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프로포폴이 물에 잘 녹지 않아 물 대신 대두유에 약품을 녹여 주사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동원<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프로포폴은 주 마취인 흡입 마취를 하기 위한 예비 단계의 마취제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의 진정제(Sedation)으로 쓰기도 한다”며 프로포폴의 사용처를 설명했다.

프로포폴은 다양한 장점 때문에 환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마취제다. 먼저 프로포폴은 빠른 마취 효과를 지녔다. 20~30초 만에 환자를 마취 상태에 도달하게 해 신속한 마취를 가능하게 한다. 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8~10분 만에 마취가 깨어날 만큼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 교수는 덧붙여 “보통의 마취제는 마취 후에 구토나 경련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프로포폴은 그런 마취 부작용이 적게 나타나 마취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포폴을 ‘완벽한’ 마취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프로포폴은 마취할 때 환자의 호흡과 맥박수를 급격히 떨어뜨린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다. 호흡이 떨어지면 숨이 멈출 수 있고 맥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면 저혈압으로 심장이 멈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만약 호흡과 심장이 멈추게 된다면 산소와 혈액으로 전달되는 당분을 먹고 사는 뇌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다”며 “뇌가 4분 이상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뇌사상태가 되고 프로포폴로 사망한 환자의 다수가 뇌사로 사망했다”고 했다.

▲ 프로포폴(아네폴) 약전을 보면 마취 전문의에 의해 투여돼야 된다고 분명 표시돼 있다. (출처: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이와 같은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취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응급 상황 시 적절한 조치를 빠른 시간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건비 문제로 상근 마취 전문의를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해 우리나라의 마취 시술 관련 문제점을 지적했다.

마약이 돼 버린 프로포폴
보건복지부가 2011년 6월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함에 따라 프로포폴을 항정신성의약품(환각 ·각성 및 습관성 ·중독성이 있는 의약품, 마약류의 하나로 분류되는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마취제로서 장점을 많이 가졌고 특별히 중독 우려가 없어 보이는 마취제가 어떻게 마약류로 지정된 것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프로포폴에서 깨어날 때 환자가 황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프로포폴은 마취 후에도 구토나 경련이 잘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취에 깼을 때 깊은 수면을 취한 뒤 일어난 기분이 들게한다. 이 때문에 프로포폴을 피로회복제로 생각해 사람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내시경 검사를 빌미로 프로포폴을 맞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예인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프로포폴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며 “실제 우리나라 연예인이나 미국의 마이클 잭슨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프로포폴에 중독된다”고 했다.

프로포폴의 오남용을 막으려면 프로포폴 유통 관리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한 이유도 투명한 유통 과정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본 기자가 한양대병원에 가 사진을 찍기 위해 프로포폴을 빌렸을 때 옆에 간호사가 기자를 계속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의 경우는 프로포폴 개수 체크시스템이 사중, 오중으로 돼 있어 관리 미흡으로 인한 프로포폴 오남용이 있을 수 없지만, 개인병원의 경우에는 체계적 관리가 힘들기에 프로포폴 의료사고는 주로 개인병원에서 발생한다”고 해 프로포폴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도움: 김동원<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참고: 책 「마취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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