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모아 비범함을 만드는 남자
평범함을 모아 비범함을 만드는 남자
  • 이윤수 기자
  • 승인 2014.03.03
  • 호수 1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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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티스트, ‘Project SH’ 이신혁 씨

최근 SNS상에서 화제가 된 ‘알콜전쟁’이라는 동영상. 영상 속에는 매달 있는 대학행사의 술자리와 술게임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이 영상은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를 재치있고 감각적으로 표현해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 영상의 제작자는 올해 21살의 대학생 Project SH 이신혁 군이다. 참신하고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영상에 집중시키는 그만의 비법은 무엇일까? 고등학교때부터 거침없이 도전해온 아티스트 이신혁군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무모한도전에서 무한도전으로
한대신문(이하 한): 언제부터 카메라를 들게 됐나요?
이신혁 군(이하 이): 고등학교에 막 진학했을 때, 입시지옥 같은 분위기가 너무 싫었어요. 내가 이신혁이 아니라 입시전쟁터 한가운데에 있는 30번 학생처럼 느껴졌죠. 이 느낌을 탈피하기 위해 고등학교 1학년때 집에 있는 카메라를 들고 뛰어들었습니다.

한: 갑자기 카메라를 들었을 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땟는지 궁금해요.
이: 원래 저는 음악과 관련된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음악가란 꿈을 꾸기엔 배경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죠. 꿈을 저버리자 저 자신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성적은 끝없이 떨어졌고, 성격도 소극적으로 변했어요. 그 때부터 저도 부모님도 알게 됐어요. ‘나는 내가 하고싶은 건 꼭 해야한다’는 걸요, 그래서 영상을 만들 때 크게 말리시지는 않으셨어요.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었죠. 그런 걱정을 기대로 바꾸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영상을 제작한지 반년 만에 커뮤니티에 소개 됐고, 몇 달 뒤에는 교과서에 실렸어요. 물론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었고 힘들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설득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해요.

한: 학교생활 하면서 영상까지 제작하느라 힘들지 않으셨나요?
이: 공부도 하면서 영상도 만드느라 힘들었어요. 그만큼 버리는 시간도 많았죠. 다른 친구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쉬는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했지만 오히려 저는 학교 수업시간 이외에는 부족한 수면시간을 채우기 위해 잠을 많이 잤어요. 심지어는 수시 자기소개서 마감 이틀 전까지 밤을 새워 영상작업에 몰두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힘든 학교생활 중에 틈틈이 작업했고, 그 결과 ‘하이스쿨 잼’이라는 작품도 만들 수 있어서 나름 파란만장하게 학교생활을 잘한 것 같네요.

한: 대학진학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요?
이: 그런 것에 대한 압박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때는 어렸으니까 대학 나와서 얻는 장점에 대해 알지 못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 제 마인드는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었습니다. 되게 무식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신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아도 괜찮다 싶었어요.
평범한 일상을 작품으로 만들다

한: 가장 널리 알려진 ‘하이스쿨 잼’이라는 영상은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요?
이: 입시에 지친 친구들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의도로 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해보고 싶었던 걸 만들었던 것 뿐이었어요. 원래 어렸을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번은 뮤지컬을 보는데, ‘저런 무대를 학교에 옮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러던 순간에 학교에서 들리는 많은 소음들을 듣고 이 소리를 모아 친구들과 함께 영상을 만들게 된 거죠.

한: 출연진이 학생들인데 촬영은 어떻게 했는지
이: 다들 학교를 다니는 상황이었고 평일 중에는 시간이 많이 없어, 점심시간에 20분씩 촬영 했어요. 20분이면 5컷 정도 나오는데 한달 정도 걸쳐 촬영을 해서 만들었어요. 다들 공부 하느라 바쁜데 매일 같은 옷 입고, 시간도 내준 출연진들에게 고맙죠.

한: 작년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알콜전쟁’은 어떻게 만들게 된거에요?
이: 정말 간단히 말하자면 술을 먹다가요. 술 먹다가 생각나서 다음날 팀원들을 부르고 장비 들고 술집에 가서 촬영을 했어요. 우리 팀원들이 술을 좋아해서, 카메라를 돌리면서도 그냥 술만 먹은 것 같아요. 그걸 소품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 있는데, 그거 진짜 술이에요. 다들 취해서 카메라도 흔들리고 진짜 재미있게 촬영을 했어요.

경험이 만드는 아이디어
한: 영상을 만들 때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오르는지 궁금해요.
이: 걷다가도 떠오르고 자다가도 떠오르는 등 시도 때도 없이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와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 딴 짓 할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바탕엔 많은 경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흔히들 말하는 러브송은 제대로 사랑을 해본 사람이 쓴다고 하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경험을 중요시 해요. 물론 실생활에서 떠오르는 것도 많지만 저는 평소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기 위해 사서 고생하는 것을 좋아해요.

한: 본인은 어떤 성격인가요?
이: 원래 괴짜인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자존감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걸 별로 안좋아해요. 그냥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도전하는걸 좋아했어요.

한: 지금까지 쭉 얘기를 들어보면 부담감 없이 편하게 작업하시는 것 같아요
이: 저는 작업 그 자체를 굉장히 사랑해요. 혼자서도 몇 번씩 제가 만든 걸 돌려보고 그래요. 다 제 자식들 같아요. 물론 남에게 좋은 평가 받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부담감은 전혀 못 느끼겠어요.

한: 최종적인 꿈이 뭔지 궁금해요.
이: 솔직히 말하자면 정해진 꿈은 없어요. 벌써부터 하나의 꿈을 파는 것은 아직 현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해요. 외국의 연구를 본적이 있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직업은 그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꿔온 꿈을 그대로 지키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거의 없더라고요. 20·30대에 많이 도전하고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 결국 마지막엔 성공했어요. 그렇게 보면 경험이 무기라는 걸 알 수 있죠. 잠정적으로는 ‘한량백수’가 제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최고의 직업입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기쁨도 줄 수 있고 지금 하고 있는 모든게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하고 있어요.

사진 김은영 기자 young54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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