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게이머들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4.03.03
  • 호수 1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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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의 게임산업, 그리고 LOL

“여자친구가 이상한 게임에 빠져서 삼십분 간격으로 연락이 뚝뚝 끊겨.”
한돌이는 PC방에 부쩍 자주 가는 여자친구 양순이가 낯설다. 영화 시청, 뮤지컬 관람, 엑소 팬질에 이어 양순이에게 새로 생긴 취미 생활은 다름 아닌 ‘LOL(리그오브레전드, 이하 롤)’이라는 게임이다. ‘롤 하는 여자’ 양순이는 한돌이를 설득하려고 한다. 게임과 롤도 하나의 문화인 것을 한돌이가 알아준다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다.

일단 게임 산업 자체가 어마어마하거든
온라인 게임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시도 등은 게임을 하위문화라는 인식 속에 가뒀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본다면 그렇지도 않다. 게임 산업은 2013년 2분기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 중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음악 분야의 약 13배에 해당한다. 우리가 흔히 ‘한류’라고 하면 생각하는 것이 k-pop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어떤 현상이 한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문화로 정착됐다는 지표는 그 문화로 인한 직업들이 생겨날 때 증명될 수 있다. 최명원<삼성 갤럭시 프로게임단> 코치는 “7살 때부터 286 컴퓨터로 게임을 했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해서 선택하게 된 직업이다”라며 “아직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지만 서서히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에카에서 주최한 하스스톤 대회 현장
‘대학e스포츠동아리연합회 에카’(이하 에카)는 전국의 PC방을 기반으로 온라인 게임 아마추어 리그를 만들기도 했다. 에카 회장 윤덕진<KAIST 산업디자인학과 3학년> 군은  프로게이머 위주의 리그와 게임이 음지문화로 여겨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지니고 아마추어 리그를 만들었다. 

요즘 대세는 당연히 롤이지
어떤 온라인 게임 하나를 대학생의 문화 그 자체로 볼 수 있을까. 2014년 지금, 리그 오브 레전드(LOL)라는 게임이라면 가능하다. 이제 너무 많이 봐서 지겨울 정도인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만 개 이상이면 남자친구가 롤 끊는대요. 도와주세요’같은 글을 봐도 그렇고, 웬 게임 하나가 서버를 점검할 때마다 검색어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2013년 3월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순위 및 PC방 점유율 순위 1위를 처음 기록한 롤은 2013년 12월 30일 기준 75주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양 롤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학내에서도 얼마 전부터 e스포츠를 축제나 운동회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다른 학교 게임 리그의 규모와 비교해 우리학교에서 열리는 롤챔스(대회)의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해 가을 축제 ‘애한제’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행사는 연예인을 초청한 공연이나 파티도 아닌, 총학생회에서 주최하는‘롤드컵’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박해원<사회대 사회학과 12> 군은 “전용준, 강민 등 전문 게임 채널에서 활약하는 중계위원과 타 학교 학생을 포함한 600명 정도의 인파가 모였던 것 같다”라며 “게임을 즐기는 남학생 비율이 많은 학교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학우들의 참여가 가능한 롤 관련 행사가 이어졌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홍도형 <총학생회 정책전략국> 국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예인 섭외를 통해  얻는 즐거움은 기껏해야 10~20분, 길어 봐야 30분이다”라며 “같은 비용이라면 학생들이 더 오랜 시간 즐거워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우리학교 '버프걸' 이세진<생활대 실내디자인학과 09> 양
게임 채널 ‘온게임넷’에서는 롤의 마스코트 걸인 ‘버프걸’을 선발해 게임을 홍보하고 있다. 그중 2대 버프걸 이세진<생활대 실내디자인학과 09> 양은 우리학교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버프걸은 롤 게임 내의 ‘버프 몹’ 에서 나온 말이다. 게임에서 버프를 받으면 능력치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처럼 롤챔스 현장에서 관객들의 에너지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는 롤챔스의 홍보대사다. 하루에 2판 이상 꼭 롤을 한다는 이 양은 “롤챔스 페이스북에서 평소 자주 하고 경기도 보러 갔던 게임의 홍보대사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버프걸에 지원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버프걸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걸그룹에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양은 “항상 용산에 게임 을 관람하러 가면 나를 보러 와 주는 팬이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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