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에만 땅 속에 가나? 난 살아서도 간다!
죽은 뒤에만 땅 속에 가나? 난 살아서도 간다!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4.03.03
  • 호수 1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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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간부족 문제를 해결할 ‘'지하공간'

2009년 OECD 가입 국가들의 제1도시 인구 밀도 비교에서 서울과 인천이 1km당 1만 6,70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또 ‘202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개발 불가능한 지역 236.3km²를 제외한 개발 가능 지역은 33.3km²로 5.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서울은 바늘 침 하나 꽂을 곳이 없는 땅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도 개미처럼 지하에 살거나 여러 시설을 지하에 두며 살 수는 없을까? 실제로 최근 강남 일대 지하공간에 도시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지하도시 조성안은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2010년 6ㆍ2 지방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강남역 일대 지하를 너비 42m, 길이 670m, 총면적 2만8517㎡ 규모로 개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그림 1: 도로를 모두 지하로 넣어 지상의 공간 확보를 극대화한 도시, ‘파리 라데팡스(Paris-la-defense)'. 지하공간 개발의 긍정적 사례다(구글이미지).

지하공간의 개념과 필요성
강남의 지하도시 개발안과 같이 근래 들어 도시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하공간’이다. 도시로 몰려든 인구는 가용 토지의 범위를 줄였고 환경 문제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공간은 보통 ‘경제적 이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표면의 하부에 자연적으로 형성됐거나 또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으로 정의되지만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김윤승<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토목)공학적인 입장에서는 지하공간을 콘크리트나 철근과 같은 건축재로 본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이 건물의 무게를 견디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함으로써 공학적인 의미의 지하공간을 설명했다.

지하공간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지상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다. 이로써 대표적인 도시문제인 토지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의 보존이 가능해진다. 김 연구원은 “오히려 도시에 사람이 집중되어 사는 것이 듬성듬성 사람이 사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주거 방식이다”며 “사람들이 모여 살 때 냉난방비나 물류비용이 절약 돼 사람이 더욱 조밀하게 살게 해주는 지하공간 개발은 필수적이다”고 지하 공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지하도시 개발의 성공적인 결과라 평가받는 도시 중에 프랑스의 ‘파리 라데팡스(Paris-la-defense)'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다. 파리 도심에서 6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이 부도심은 충분한 기간을 두고 건설됐다. 1958년부터 30여 년에 걸친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1990년대에 공사가 마무리됐다. 라데팡스는 지상공간에 상업 및 주거 시설만 설치하고 교통망은 모두 지하에 설치했다. 지상의 교통 혼잡을 없앨 뿐만 아니라 지하공간을 이용해 지상공간 활용의 극대화에 성공한 것이다.

▲ 지하수위 모니터링의 미흡으로 인해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게 됐다. 지하공간 개발의 부정적 사례다.(MBC 뉴스데스크 캡쳐화면)
지하공간은 절대선이 아니다
하지만 지하공간 개발이 장밋빛으로 점철된 것만은 아니다. 지하공간 개발도 본래의 자연환경을 변경하는 행위임으로 지반의 구조적인 형태나 생태적 특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김 연구원은 “지하공간도 자원의 일부이기에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지하공간에는 미생물이 많이 살고 있고 우리는 아직 이 미생물이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지하공간 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제2롯데월드 공사로 인해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현상도 국내에서 지하공간 개발이 지반 빛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와 인식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다. 제2롯데월드를 공사하기 위해 지반을 깊게 파다보니 지하수층에 다다르게 돼 지속해서 물을 빼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롯데월드 쪽의 지하수를 빼다보니 석촌호수 쪽의 물이 그 빈 공간을 채우는 바람에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 연구원에 의하면 “모니터링이 주로 지반침하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고 지하수위 측정에 대한 모니터링은 거의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며 “지하수위를 측정하고 있었다면 석촌호수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제2롯데월드와 같이 지하공간의 난개발로 일어난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하공간 개발을 할 때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도시환경이라는 하나의 학문이 존재할 정도로 도시에 대해 계획은 철저히 하는데 반해, 지하공간을 개발할 때는 소홀히 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하 공간 개발과 관련된 법이 미흡하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에 있어 지하공간의 환경 평가에 대한 기준이 없다. 지속 가능한 지하공간 개발을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분명히 제시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도움: 김윤승<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참고: 보고서 「도심지역 대심도 지하공간 개발의 지반환경영향 및 정책 제언」, 현윤정 외 보고서: 「도시 지하공간 조성에 따른 환경영향 관리 방향 연구」 책: 「한국의 터널과 지하공간」, 한국터널공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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