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점술. 우구불라 응가탐보
아프리카의 점술. 우구불라 응가탐보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4.01.06
  • 호수 1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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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도 담겨져

점술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화가 아니라 인류 문화에 전반적으로 걸쳐서 나타나는 종교문화현상이다. 4,000여 년 전 중국에서 거북의 등껍질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점을 친 것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타로점과 같은 점술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이런 점술의 보편성은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남아프리카의 줄루 부족의 점술을 알아봄으로써 평소에 접하기 힘든 아프리카 점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자.

남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줄루 부족의 점술은 크게 두 가지 형태를 띤다. 첫 번째는 ‘감각적 점술’로 불리며 점술가의 직관과 감각적 능력을 중시하는 점술이다. 우리나라의 무당처럼 신내림을 받아 귀신의 음성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악한 기운을 냄새를 통해 점괘를 낸다는 이사누시(isanusi)와 복화술을 이용한 움로지(umlozi)는 ‘감각적’ 점술의 대표적인 예이다.

두 번째는 ‘기계적 점술’로 다양한 점술도구를 이용해 나오는 형태적 특징을 가지고 논리성과 상징성으로 점괘를 해석하는 점술을 의미한다. 막대기로 땅을 두드려 점을 치는 이진양가 제시투파(izinyanga zesithupha), 서 너 개의 짧은 막대기를 땅에 던져 점을 치는 아마부쿨라진티(amabukulazinti), 마지막으로 거울이나 항아리의 물에 비친 모습을 보고 점괘를 내는 이시부코(isibuko) 등이 이에 속한다.

제의적 측면과 이성적 측면을 모두 지닌 ‘우구불라 응가탐보’
하지만 두 형태의 점술의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며 두 성격이 섞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 기사에서 자세히 살펴볼 점술인 우구불라 응가탐보(ukubhula ngathambo)이다.

(1) 제의적 측면
우구불라 응가탐보(이하 우구불라)는 아마탐보(amathambo)라고 하는 점술 뼈를 이용한다. 점술가는 점술 뼈를 두 손바닥안에 모으고 그것을 점판에 던진 후 형태를 읽는다. 이런 과정은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줄루 부족에서 우구불라는 절대적 신성성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구불라는 믿음 그 자체이며 부족 구성원들은 점술 결과에 대한 회의나 의심을 품지 않는다. 이런 우구불라의 신성성은 점술 과정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점술가는 본격적인 점술을 실행하기 전 강력한 의식적 행위를 통해 점술 혼령을 불러온다. 이 과정에서 점술 혼령은 점술에 사용되는 뼈와 자연스럽게 일체가 된다고 한다. 이후 점술 뼈는 점술 혼령이 스며든 ‘영적인’ 물체로 기능함으로써 점술 과정의 핵심 주체가 된다.

▲ 점술 뼈는 점술 외뢰인의 영적 상태를 보여준다.


(2) 이성적 측면
우구불라는 점술가의 직관과 논리도 점술 과정에서 치밀하게 짜여 들어가기 때문에 이성적 특성을 가진다. 이 부분은 우구불라가 이루어지는 두 단계를 통해 알 수 있다.

첫 단계는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 단계다. 점술가는 스무고개 식의 질문과 답을 통해 점술 의뢰인의 기초적인 신상 정보를 구한다. 이 과정에서 점술가는 점술 의뢰인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획득하고, 점술 의뢰인은 점술가가 얼마나 정확하게 자신의 현 상황을 짚어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점술가의 능력을 평가한다. 노련한 점술가는 이 일을 점술 수습생에게 시키고 자신은 뒤편에서 객관적인 관찰을 시도한다. 그 이유는 만약에 점술이 실패할 때 그 책임을 수습생에게 떠넘기거나 의뢰인의 점술을 파악할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의뢰인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점술가와 점술 의뢰인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한다. 점술가는 점술 뼈가 상징하는 점술 괘의 해석을 통해 문제의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이와 동시에 점술 의뢰인은 자신이 가진 나름의 판단 기준을 사용해 점술가의 독법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때 점술 뼈의 상징적 구성은 점술 의뢰인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그 해석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점술 뼈는 단순히 신성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점술가와 점술 의뢰인이 공유하는 사회적 배경 아래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참고: 논문 「아프리카 종교의 새로운 해석」
논문 「아프리카 점술 뼈의 상징 논리와 사회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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