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정치적 관심과 무관심 사이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정치적 관심과 무관심 사이에서
  • 배정은 기자
  • 승인 2014.01.03
  • 호수 1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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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언어에서 느끼는 공감, 그리고 반성
전국 대학가 곳곳에 그야말로 ‘대자보 열풍’이 불었다. 고려대에 게시됐던 하나의 대자보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현재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교와 중학교 게시판, 심지어 길가의 전봇대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서 크게 이슈가 된 대자보 신드롬은 ‘정치적 무관심’에 젖어 있던 국민들의 진정성 있는 반성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수많은 대자보들의 출현은 주현우<고려대 경영학과 08> 군이 지난 10일 교내에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서 비롯됐다. 주 군의 대자보는 철도 민영화와 파업 참가자 직위 해제 논란, 밀양 송전탑 사태,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의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을 포함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이슈보다 더욱 주목할 것은 바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이었다. 주 군은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라는 반성적 물음을 던졌다. 그동안의 대자보는 ‘~을 하자’ 등의 행동을 독려하기 위한 글이 대부분이었다면,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되는 주 군의 대자보는 읽는 사람의 그 ‘무언가’를 움직이게 하는 글이었다.

주 군의 질문에 응답하는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 군이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는 현재까지 26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으며, 전국 곳곳에서는 이에 관련한 시위와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주 군의 대자보를 반박하는 대자보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감성팔이다”, “선동적이다”라는 의견도 나타났다. 심지어 ‘일간 베스트’라는 커뮤니티에서는 대자보를 찢는 행위를 인증하는 사진과 글들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감성팔이 선동글’이라고 치부하기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대자보는 수많은 일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것을 무작정 비판하지 않았다. 대신 읽는 이로 하여금 반성하게 했으며, 반성을 통해 사회적 문제가 곧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야말로 그동안 이어져왔던  ‘나 자신이 먼저 안녕해야 사회도 안녕하다’라는 생각이 뒤바뀐 것이었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점을 쉽게 무시할 수 있을까.    

주 군은 최근 대학내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한다. “‘안녕들 하십니까?’가 한순간의 해프닝이 될지, 지속적인 물음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젠 적어도 순간순간 타인에게 ‘안녕하세요?’란 상투적인 말을 건네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란 것만은 분명하다. 무릇 자기 자신으로부터 물음이 출발하지 않고선,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행동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면 바뀌는 건 달력뿐이다.” 주 군의 말처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행동’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결코 바뀌는 것이 ‘달력’에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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