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을 헤엄쳐라~ 뽀통령!
블루오션을 헤엄쳐라~ 뽀통령!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3.11.30
  • 호수 1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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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드는 뽀로로

‘뽀통령(뽀로로+대통령)’, ‘뽀느님(뽀로로+하느님)’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뽀롱뽀롱 뽀로로(이하 뽀로로)’가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런 높은 인기 탓인지 뽀로로와 관련된 이슈 또한 많았다. 디즈니사가 1조 원으로 뽀로로를 인수하려고 했다거나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같이 일했다는 소식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뽀로로는 ‘작품성’과 ‘경제적 성공’을 모두 거머쥔 작품이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평가받는 프랑스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Annecy Animation Festival), 이탈리아의 카툰스 온 더 베이(Cartoons on the Bay), 브라질의 애니마 문디(Anima Mundi)에서 최우수 작품 후보로 뽀로로가 노미네이트되기도 해 애니메이션 관련 종사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는 8, 500억 원이나 되고 경제적 효과는 5조 7천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공연, 완구, 출판을 비롯한 200여 업종에서 뽀로로가 캐릭터 상품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2010년에만 대략 6천억 원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이같은 뽀로로의 성공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으로는 보기 드문 경우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생텍쥐페리가 착용했을 법한 헬멧과 고글을 끼고 있는 펭귄일 뿐이다. 이렇게 극심한 복고풍 패션을 고수하는 패션 테러리스트 뽀로로에 왜 아이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뽀로로의 기획 단계와 제작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 성공 비결을 알아보자.

틈새시장을 노리다
:‘유아용 애니메이션’과 동물 캐릭터 ‘펭귄’의 선택

현재 우리나라에서 방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수입한 애니메이션이 많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작품성이 뛰어나 이들과 정면 대결을 펼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뽀로로 제작사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을 일본 애니메이션이 놓치고 있는 틈새(Niche)시장이라고 봐 이 분야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뽀로로 제작 관계자에 의하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력과 마케팅 파워가 우월해 동일 종류의 콘텐츠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보았다”며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오락물과 아동,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많았고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적었다”라고 밝혔다.

뽀로로 제작사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종류를 정할 때 사람으로 할 것인가, 동물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캐릭터를 사람으로 선정한다면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람 캐릭터가 아닌 동물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다. 사람 캐릭터로 설정하면 특수한 사상이나 생각이 들어가기 쉬워 해외 각국으로 수출할 때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떤 동물 캐릭터를 고르는가도 중요한 문제였다. 뽀로로 제작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올림픽의 호돌이 캐릭터가 시리얼 제조회사인 켈로그의 호랑이 캐릭터와 닮아 소송을 치른 적이 있다”라며 “이미 캐릭터로 사용된 적이 있는 동물을 사용할 때는 기존 사업자와의 법정 다툼을 각오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런 배경 하에서 ‘펭귄’이 선택됐다. 펭귄은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으로 잘 이용되지 않기도 해 분쟁의 위험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4개 회사의 적절한 분업 활동
뽀로로는 아이코닉스, 오콘, EBS, 하나로텔레콤(이후 SK브로드밴드로 사명이 바뀜)와 같이 4개의 회사가 서로 협력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아이코닉스와 오콘은 실질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창의적인 캐릭터와 경쟁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아이코닉스는 이야기 전개를 위한 시나리오 쓰는 작업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고, 오콘은 디자인적 요소와 캐릭터의 애니메이션화를 하는 일을 담당했다.

EBS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TV방송에 큰 역할을 했다. 비록 EBS에 뽀로로를 방영하는 것은 방영권으로 인한 수익을 거의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지만 EBS는 다른 방송사보다 고정된 시간에 지속적으로 방송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즉 안정적인 스케쥴을 가진 방송이 뽀로로의 장기적인 인기를 끌어가는 데 기여한 것이다. 뽀로로 제작 관계자는 “뽀로로가 KBS나 MBC에 방영됐다면 방영료 수익과 시청률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여러 시즌에 걸쳐서 안정적으로 유아의 시청에 적합한 시간대에 방영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술회하면서 EBS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나로텔레콤은 비즈니스 전략이 돋보였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만화를 만드는 데는 뛰어날지 몰라도 마케팅과 같이 기본적인 경영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 서툴렀다. 이 때문에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와 달리 뽀로로의 경영 전략은 하나로텔레콤이 잘 수행했다. 한 가지 예로 북한의 삼천리총회사를 제작에 일부 참여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뽀로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문화적 요소와 경영학적 전략을 고려한 애니메이션이다. 이러한 과학적이고 철저한 기획 단계는 제작 단계에서도 이어졌다. 각 업체의 특징을 잘 활용한 분업이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다른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도 뽀로로의 성공 사례를 롤모델로 삼아 애니메이션의 한류 열풍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참고: 논문 「애니메이션의 성공조건」
논문 「한국의 디즈니를 꿈꾼다
-아이코닉스 대표 최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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