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란 말 대신
마지막이란 말 대신
  • 이희진 기자
  • 승인 2013.11.30
  • 호수 1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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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란 말만큼 슬프고도 오묘한, 그런 단어가 있을까. 3년. 신문사를 위해 쏟아 부운 시간은 오롯이 3년이다. 4년간의 학교생활 중에서 반 이상을 함께 했고, 질기게 했으며, 또 그만큼 미운정이 많이 든 곳이 바로 신문사다.

기자가 편집국장으로서의 1년을 돌아보고 누군가 “그 3년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했냐”라고 묻는다면 글쎄. 떳떳하고 당당하게 ‘그렇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신문사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하고 싶은 말은 개인적인 소회나 감상이 아니다. 반성과 후회, 이 두 가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편집국장을 맡으며 첫 칼럼에 부끄럽고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유되는 신문’을 만들겠노라고. 하지만 그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현실의 벽은 야속하기만 했다. 편집국장으로서 어떤 신문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까에 대한 고민만큼 어떤 것을 주고 어떤 것을 취할 것인가, 신문사에 이득이 되는 일은 어떤 선택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듯하다. ‘기자’라는 이름보단 ‘정치인’이라고 불리는 게 더욱 어울리는 자리가 이 자리일지 모르겠다.

이에 차기 국장과 기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 가볍지 않아 이 글을 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마음이 무겁다. 반성과 후회는 이 짐을 더 가볍게 해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생긴 일종의 죄책감과도 같다. 신문의 권위는 날로 떨어지고 있으며, 독자들이 신문에게 멀어지는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빨라지고 있다. 독자들과 멀어지는 간격을 메우기 위해 밤낮으로 동분서주해도 독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돌아섰는지 알 길이 없어 힘들다.

힘들다. 이 늦은 밤에도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감정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말은 ‘힘들다’이다. 기획이 안 돼 힘들고, 기획한 아이템이 무용지물이 돼 힘들고, 선배들의 기준을 채우기 버거워 힘들고, 막내 기자들이 말을 안 들어 힘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힘듦에도 ‘불구하고’ 신문이 계속 발간된다는 것이다. 신문을 내는 일은 독자들과의 약속이자, 기자들이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물이다. 힘든 만큼 고민하며, 힘든 만큼 보람차다.

신문을 만드는 동안 기자들에게 위기는 언제나 찾아온다. 그 위기는 기자의 개인적인 사정일 수도 있고, 신문사 내부의 사정일 수도 있고, 예산이나 외압과 같은 신문 발간 이외의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편집국장 칼럼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진부하게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죄책감 속에서 반성과 후회를 하는 것처럼, 기자의 경험을 발판 삼아 다시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돌아가더라도 한대신문의 색을 잃지 말아야 하며, 기자 개인적으로도 또한 신문사를 통해 얻어가고, 성장하는 것을 스스로가 느끼길 바란다. 단순히 스펙을 위해 신문사에 들어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최소의 교훈을 ‘얻어’ 나갔으면 한다.

신문사는 여전히 침체기에 놓여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앞으로 현직 기자들이 헤쳐 나가야 할 가장 큰 산이기도 하다. 이에 마지막이라는 말 대신 ‘시작’이란 말을 해 주고 싶다. 기자의 임기와 경력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의 의무와 역할은 진행 중에 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신문이 독자들을 찾아가 또 한 번 문을 두드릴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신문으로 나온 활자는 종이 그 이상을 넘어 그들의 노력이자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같다. 일 년 동안 부족한 점 많았던 신문을 애독해 주신 독자들에게 고개 숙여 바라건대, 지금까지 보여주신 애정을 두려움으로 시작할 차기 기자들에게도 보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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