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로 고통 받는 베이징에서
스모그로 고통 받는 베이징에서
  • 한대신문
  • 승인 2013.11.25
  • 호수 1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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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환경문제를 최대의 과제로 설정했다. 성장과 환경 둘 다를 잡겠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회의로 찾은 베이징은 공항에서 내릴 때부터 답답한 공기를 두르고 있었다.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올림픽을 전후하여 크게 개선되는 듯 보였지만, 작년부터 뚜렷하게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풍진을 막도록 도시 주위에 방어림을 조성하고 인공강우를 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산업과 생태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현재도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 성에는 수많은 철강 공장이 매연을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다. 중앙정부는 갈수록 더 많은 세수를 지방세에서 국세로 전환하고 있고, 그만큼 지방정부는 오염을 다수 배출하는 산업에 대해서도 지방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 설립 인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 재정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앞으로 도시마다 차량 쿼터제를 실시하여, 폐차나 이전으로 등록부에서 빠져나가는 숫자만큼만 새로 차량 보유를 인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모그를 잡기 위해 그간 성장을 위해 최대한 고양시켰던 소비주의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편으로는 자동차 등록증에 프리미엄이 붙어 암시장에서 매매되리라는 걱정과 함께 지속적 성장에 필수적인 소비의 확대에 어디까지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지난 30년간의 높은 경제 성장률 때문에 중국을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경제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높은 문명 수준으로 자원 개발이 일찍부터 이뤄졌기 때문에 과도한 인구로 과개발(過開發)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진전된 노후한 경제이다. 산업화와 현대화가 근년 급속히 이뤄졌으나 그 결과, 자원에 대한 인구의 압박 역시 유례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벌써부터 수자원과 식량 자원에 대한 염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논할 때는 산업화를 위한 에너지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로 거론되지만, 에너지는 수입을 할 수도 있으나 수자원은 그렇지 못하다. 식량 자원의 부족은 잠재적인 패권 경쟁 국가인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경쟁자인 미국은 산업화가 중국에 훨씬 앞서있는 오늘날에도 미개발 상태의 방대한 토지와 수자원과 세계 최대의 농업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원 대비 인구의 압박이 못지않게 큰 한국에게도 중국의 고민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환경문제와 성장 사이의 모순은 중국보다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중국의 선택과 향방은 한국, 아니 인류 전체에게 귀중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 풍성한 회식이 열렸다. 오랜 지인인 한 중국학자와 필자는 행복하게 젓가락을 움직이면서도 50년 뒤에 우리가 이렇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까 함께 걱정했다. 모쪼록 5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인류가 굶지도 않고 숨도 쉴 수 있도록 중국이 이 난제에 대한 좋은 해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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