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앞에 용감하고 이득 앞에 겁을 내다
손실 앞에 용감하고 이득 앞에 겁을 내다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3.11.23
  • 호수 1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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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한 실험들

미국 방역의 정글 모기 실험
미국 방역 당국은 정글 모기가 퍼트리는 신종 전염병에 맞서고 있다. 이 병을 방치하면 600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당국은 두 가지 전략을 마련했고 예상되는 결과는 다음과 같다.
△A안에 따르면 200명이 살게 된다.
△B안에 따르면 600명이 다 살 확률이 1/3, 아무도 살지 못할 확률이 2/3다.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이 물음에는 응답자 대부분이 A안을 선호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말을 바꿔 표현해 봤다.
△A안에 따르면 400명이 죽는다.
△B안에 따르면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 600명이 다 죽을 확률이 2/3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B안을 선호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모두를 살릴 수도 있는 모험을 택한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려던 응답자들이 갑자기 위험을 무릅쓰고 선택을 바꾼 것이다. 이처럼 같은 문제라도 대안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을 ‘프레이밍(framing)효과’라고 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한 이 실험(아시아질병 문제 Asian disease problem)은 사람들이 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첫 번째 물음에서 200명을 확실히 살리는 A안을 택한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면 두 번째 물음에서도 같은 A안을 택해야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첫 번째 실험을 통해서 사람들은 이익을 취하는 데는 소극적이지만 위험을 회피하는 데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후통첩 게임과 독재자 게임
경제학자 리사 카메론(Lisa Cameron)은 인도네시아인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실시했다. 최후통첩 게임은 일정 금액을 두고 두 사람이 제안자와 응답자로 역할을 분담한다. 제안자는 전체 금액에서 자신이 가질 금액과 응답자에게 나눠줄 금액을 정한다. 만약 응답자가 제안자의 요구를 수락하면 제안자의 의견대로 돈을 나눠 갖지만 응답자가 제안자의 요구를 거절한다면 둘 다 한 푼도 가져갈 수가 없다.

기존 경제학은 상대방이 돈을 얼마나 주든지 제안을 수락하는 것이 무조건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응답자는 제안자의 요구가 무엇이든지 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한 제안자는 최대한 가장 작은 금액을 응답자에게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달랐다. 제안자가 무리하게 작은 액수를 제안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평균적인 제안은 42%였고 25%미만의 모든 제안과 30%이상의 제안 중 일부가 거절됐다.

이번에는 최후통첩 게임과 게임 방식은 같지만 응답자에게 어떠한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 ‘독재자 게임’이 진행됐다. 응답자는 제안자가 얼마를 제시했든지 그의 요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앞선 게임과 비슷했다. 제안자는 무리하게 이득을 취하지 않았으며 약 40%정도의 이익을 응답자에게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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