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이끄는 대로, ‘행동경제학’
느낌이 이끄는 대로, ‘행동경제학’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3.11.23
  • 호수 1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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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가 비합리적인 이유

A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왔다. 영화의 내용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도 A는 영화를 보지 않을 경우 친구들끼리의 대화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에서의 영화 소비는 인간의 심리적인 현상에 의해 발생했다. 만약 인간이 로빈슨 크루소처럼 주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위와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기존의 경제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종종 발생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실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이런 행동의 결과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학문으로 각광받으며 ‘행동결정이론’, ‘인지경제학’으로도 불린다.

기존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그 차이에 관해
기존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본다. 먼저 기존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존재이므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관된 선호를 갖는다고 봤다. 이로써 인간은 항상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인간의 행동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적이며 감성적인 존재로서 상황에 따라 선호가 바뀔 수 있다. 또한 효용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을 만족시키는 대안을 선택하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고 때때로 예측불가능하다고 가정한다. 즉 행동경제학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인 것이다.

논문  「행동 경제학과 마케팅」은 “인간은 이성과 감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며 “기존 경제학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인간의 감성 부분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이 인간의 행동 패턴과 소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라고 봤다. 

휴리스틱, 선택의 지표가 되다
인간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시스템Ⅰ과 시스템Ⅱ를 이용하는데 시스템Ⅰ은 특별한 인지적 노력이 없어도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지만 시스템Ⅱ는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통제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기를 꺼려하고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인지적 구두쇠’라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주로 시스템Ⅰ을 활용해 인지한다.

이때 사람들이 자주 활용하는 것이 ‘직관’이고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휴리스틱(Heuristic)’이다. 휴리스틱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불완전하지만 도움이 되는 방법을 말하는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적 노력을 최소화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A가 높은 곳에 올라가서 넓은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다고 가정하자. 가장 좋은 방법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에 올라가는 것이지만 A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바로 집 주변의 산을 오르는 것이다. 휴리스틱을 이용하면 대부분의 경우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만족스러운 해답을 빨리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완벽한 해답이 아니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판단 오류나 판단 편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당신의 비합리성을 설명하는 행동경제학
임상오<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보통 개인적인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라며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어떤 선택이 여러 가지 어떤 비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한 것임을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임 교수는 위의 비경제적인 요인들 중 대표적인 예가 ‘심리적인 요인’이라 본다.

건강을 위해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B라는 사람이 식당에 갔다고 가정하자. 비싼 음식을 시킨 B는 접시의 반도 비우지 못했지만 배가 몹시 불렀다. 하지만 이미 지불한 음식 값이 아까워서 B는 억지로 음식을 다 먹었다. 만약 A가 합리적인 인간이었다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음식 값은 잊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과식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한 C라는 사람이 비싼 연회비를 지불하고 테니스 클럽에 가입했다고 치자. 그런데 C는 1개월도 되지 않아 관절을 다쳐 더 이상 연습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는 지금 테니스를 그만두면 회비를 반환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아픔을 참고 계속 연습장을 다니게 된다. 이 경우 B는 처음에 아끼려는 연회비 이상의 병원비를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경제 주체가 의사 결정을 하여 그 결정을 실행한 이후에 발생되는 비용(돈, 시간, 노력)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매몰 비용’이라고 한다. 일단 시간, 돈, 노력을 투자하여 어떤 결정을 한 후 과거의 결정을 계속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매몰 비용 효과’라고 한다. 매몰 비용 효과는 세 가지 시사점을 가진다. 첫째,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한 고객은 쉽게 떠나지 못한다. 둘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매몰 비용을 상기시키면 쉽게 떠나지 못한다. 셋째, 매몰 비용 때문에 전환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확실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시장에서 MS 워드의 성공은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먼저 MS 오피스를 설치하면 MS 워드가 기본적으로 설치된다. 즉, MS 워드를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비용 절감이 되는 것이다. 또한 MS 워드는 MS 오피스 프로그램과의 호환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됐다. 즉, MS 워드는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움 : 임상오<상지대 경제학과> 교수
참고 : 논문  「행동 경제학과 마케팅」,
책 「경제학원론」, 「행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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