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타쿠’를 손가락질 하는가
누가 ‘오타쿠’를 손가락질 하는가
  • 이희진 기자
  • 승인 2013.11.11
  • 호수 1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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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백과에 적힌 오타쿠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루는 말. 초기에는 애니메이션, SF영화 등의 취미를 가지는 부정적 인물이란 뜻을 지녔으나, 후에는 점차 의미가 확대돼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혹은 ‘전문가’로 풀이된다.

한 분야에 열중하는 것에 입문했다는 뜻의 ‘입덕’, 그 분야에 손을 땠다는 ‘탈덕’ 등 여러 파생어를 가진 오타쿠. 일상 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지만 조롱과 비난의 뜻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더 높다. 특히 한국에서 오타쿠는 게을러 보이는 외모를 빗대어 외모 비하 발언의 한 종류로도 사용돼 그 부정적인 어휘에 파급력이 크다. 하지만, 과연 오타쿠는 남을 ‘비하’하는 단어로 쓰이기에 적절할까.

먼저 오타쿠의 유래를 살펴보자. 오타쿠는 1970년대로 그 어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PC 등 같은 취미를 가진 일본 사람들이 동호회에서 만나 예의를 지키자는 뜻으로 상대를 ‘귀택(오타쿠)’이라 불린 것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마니악하다는 과거의 평판과 함께 오타쿠라는 단어도 다른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단어로 평가절하됐다.

그러나 게임과 에니메이션이 일본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의미가 확대됐다.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혹은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를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타쿠의 문화적 지위가 높아지자 단어의 파급력이 달라졌다. 오타쿠가 일상어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그  파급력은 사람들의 언어에서부터 나타났다. 소위 ‘~능’체로 불리는 오타쿠체는 일상 대화에서 친구들끼리 대화체의 일종으로 사용됐으며, 그 분위기 또한 비난과 조롱이 아닌 유희의 대상이 됐다.

기자의 취미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기자는 ‘야구덕후’다. 야구 직관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았으며 없어서 못 구한다는 유광대란을 뚫고 유광점퍼를 1차 발매일 날 구입했다. 이상한 곳에 돈을 쓴다는 부모님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불효를 저질렀다.  심지어 레플리카, 응원봉, 트윈스 담요도 구매해 레플리카와 유광을 휘날리며 플레이오프를 직관했다.

본지의 금혜지 기자는 댄싱9 덕후다. 우리학교 동문인 한선천의 몸짓을 보며 현대무용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 관심은 문화면 기사로 실현됐다. 현대무용의 어려움과 대중화를 잘 표현했던 그 기사는 일주일 내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로 꼽혔다. 그 후 금 기자는 자신을 ‘성공한 오타쿠’라고 칭했다.

금 기자의 자리에 자랑스럽게 걸린 한선천 사인은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반증하는 예다. 오타쿠는 더 이상 손가락질 받을 행동이 아닌, 자신의 취미를 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 것이다.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에 매진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발현, 전문적인 지식과 소양을 ‘오덕질’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

오타쿠의 한국어 풀이는 미칠 ‘광(狂)’이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처럼 하나에 몰두하는 사람치고 성공 못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오타쿠는 이제 단순한 비하의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자신의 취미를 표현하는 방법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안이 된 것이다. 오타쿠는 비하나 조롱이 아니다. 이제 누군가에게 오타쿠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남들이 보기에 자신이 그 정도로 몰두하고 있구나하는 작은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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