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해결된 것인가
대학 구조조정 해결된 것인가
  • 한대신문
  • 승인 2013.11.11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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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부터 대학가가 학과 폐지 문제로 시끄럽다. 대학들은 구조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이른바 취업 안 되는 학과들에 대한 폐지 및 구조조정을 이미 실행하였거나 추진하고 있다. 학과 폐지가 사회문제화 되자, 교육부가 내년부터 대학 평가 시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에서는 취업률 평가 지표를 제외하겠다고 부랴부랴 발표하였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학 평가가 학과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교육부 발표 이후에도 학과 폐지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사실 한국의 대학에서 학과 구조조정은 아주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1960-70년대부터 학교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각 대학 당국이 중심이 되어 학과 폐지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 당국의 정책이 학과의 구조조정과 폐지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들은 학과의 구조조정과 폐과를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취업률이 대학 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잘 반영하는 지표이고 대학의 경쟁력을 유도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교육부의 인식이,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의 학과를 구조조정의 우선대상으로 간주하는 대학 당국의 누견(陋見)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부는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고, 그 과정에서 교육은 아이들의 꿈과 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대학은 엄연히 교육기관이고 대학생은 꿈을 꿀 권리를 갖는 아이들이다. 대학은 철학자, 화가, 문학가 등 학생들의 다양한 꿈을 존중해야 하고, 또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재능이 무엇이며, 잠재력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임무이자 의무이다. 그리고 교육부의 정책은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감독하는 것에 그 방향이 맞추어져야 한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는 일련의 정책이 대학과 대학생들을 무한 생존 경쟁의 전쟁터로 내몰고 있다. 대학을 더 이상 ‘교수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자유롭고 평등한 학문 공동체’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대학생을 더 이상 ‘호기심 어린 탐색자’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대학구성원 모두의 일치된 목표는 우리대학의 취업률과 입시성적을 높이고, 외부 자금을 많이 유치하며, 몸집을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교육부의 슬로건인 “‘꿈’을 키우고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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