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인가 그림인가, 그림인가 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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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3.11.09
  • 호수 1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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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캘리그래피, 예술과 실용 그 중점에 서다

올 3월부터 사랑방 학생식당에서는 이슬람 의식에 따라 만들어진 음식인 ‘할랄푸드’를 제공하고 있다.  또 우리학교에서도 히잡을 머리에 둘러쓴 이슬람 학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이슬람 문화는 이제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 이런 시대적 흐름을 좇아 이슬람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의 주 내용은 이슬람 문화의 정수인 이슬람 캘리그래피와 관련된 것인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박물관에 가기 전 이것만은 알고 가자.
 
우상 숭배 금지 문화가 낳은 캘리그래피

‘내가 창조한 것처럼 어떤 것을 창조하려고 하는 자보다 더 그릇된 자는 없다’ 이 구절은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이 기록된 「하디스(Hadith)」에 나타나는 알라의 말씀이다. 이처럼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인간이나 동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신(神)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고 인간이 이를 행하는 것은 신성모독 행위라고 여겼다. 김혜정<한양대 박물관> 학예연구사에 의하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우상 숭배를 금지하기 때문에 형상의 직접적인 표현을 극히 제한했다”라며, “이슬람 예술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표현하는 회화는 비교적 발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슬람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지 못함으로써 충족되지 못한 예술적 욕구를 해소할 다른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캘리그래피다. 특히 캘리그래피는 이슬람의 가장 신성한 경전인 코란을 필사하는 일에 쓰였으므로 이슬람의 최고 예술로 대우받았다. 이에 덧붙여 김 연구사는 “알라의 신성한 말을 글자로써 전했던 캘리그래퍼 또한 사회적으로 최고의 대우로 받았으며 이에 반해 우상을 그리는 것으로 취급받았던 화가는 사회적 위치가 낮았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모습은 어떤 모양일까? 우선 이슬람 문자들은 모든 글씨를 필기체처럼 이어쓰기 때문에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율동적인 느낌을 공통적으로 주지만 구체적인 모습은 시대마다 다른 양상을 띤다.

시대별로 다른 모습을 띠는 캘리그래피

김혜정 연구사는 “이슬람 서체는 연대기 순으로 ‘발전’한 것이기보다는 당시 글씨를 쓰기 위해 사용한 재료에 따라 서체의 특징이 달라졌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즉, 이슬람 서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진 서체’, ‘둥근 서체’ 그리고 ‘매달린 서체’로 변하는데 이것은 서체가 달라지는 것이지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쿠파체로 대표되는 ‘각진 서체’는 초기 이슬람 시대에 주로 사용했던 서체로 동전이나 비석 그리고 초기 코란 필사본에서 나타난다. 글자의 수평성과 수직성이 강조돼 장중하고 각진 형태가 특징이며 한글 글씨체로 치면 고딕체에 해당하는 서체라 볼 수 있다. 이후 문서에 사용되는 서체에서는 ‘둥근 서체’로 대체되지만 김혜정 연구사의 말에 의하면 “쿠파체는 현재에도 많이 쓰이는 서체로 디지털 폰트로 즐겨 쓰인다”라고 한다.

‘둥근 서체’는 10세기 초 ‘각진 서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체다. 쿠파체와 같은 각진 서체는 필사하기가 불편해 이를 보완하고자 나스흐체나 술루스체 같은 둥근 서체가 생겨난다. 이런 서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종이가 개인 용도의 코란을 가질 수 있을 수 있을 정도로 보급됐기 때문이다.
나스흐체의 어원이 ‘필사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nasakh’에서 유래했다는 점만 보아도 나스흐체는 원활한 책의 필사를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스흐체는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를 띠며 가독성이 좋아 현대 인쇄업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술루스체는 조형적 아름다움이 뛰어나 이슬람 예술가가 애용했던 서체다. 세로획이 가로획의 길이보다
▲ 나스탈리크체로 쓰인 필사본으로 글자가 연속적으로 쓰인 모양을 보면 나스탈리크가 왜 '매달린 서체'인지 알 수 있다.
세 배 정도 큰 것이 특징이며 이에 착안해 이름이 ‘술루스’로 붙여졌는데 술루스란 ‘1/3’이란 뜻이다. 술루스체는 예술적인 면모가 뛰어나 책의 표지나 장식 페이지에 자주 이용됐으며 나스흐체와 짝을 이뤄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달린 서체’는 14세기경 페르시아 지역에서 생겨난 새로운 형태의 서체로 페르시아어 표기에 적합하게 하려고 기존의 ‘둥근 서체’를 더욱 발전시킨 것이다. 최진<한양대 박물관> 학예연구원에 따르면 “서체가 쓰인 모습이 마치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라고 한다. 대표적인 서체로는 탈리크체와 나스탈리크체가 있다.

탈리크체는 ‘매달린’이라는 의미로 궁중의 공식 서한에 썼을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을 필사하는 데에도 사용된 서체다. 글씨의 행 끝 부분이 ‘좌서쓰기’함으로써 위쪽으로 올라가는 형태를 띠어 매달린 느낌을 자아낸다.

나스탈리크체의 나스탈리크는 나스흐와 탈리크 서체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서체로 16세기 바그다드에서 완성되었다. 수직의 획이 짧은 데 반해 수평의 획은 넓고 곡선을 이루며 글자들이 페이지를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지르며 떠 있거나 매달려 있는 모양이다. 이는 시를 필사할 때 나타나는 모양이라고 한다.전예목 기자

도움: 김혜정<박물관 학예연구사>
최진<박물관 학예연구원>
책 「2013 한양대학교박물관 기획특별전 이슬람캘리그래피 ‘신의 목소리를 보다’」
책 「이슬람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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