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분쟁, 원인은 무엇인가
등록금 분쟁, 원인은 무엇인가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6.04.30
  • 호수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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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학·학생들 교육주체간 신뢰회복이 우선
일러스트 송예나
수천 명이 모이는 학생총회, 학생 대표자들의 총장실 항의 방문(점거) 등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가 일명 이번 개나리투쟁(등록금투쟁)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교육재정 6% 확보, 교육부총리와의 면담 요구, 등록금 동결 등 학생들의 구호 역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우리학교 서울배움터, 부산대, 이화여대를 포함한 전국 25개 총학생회장단이 교육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투쟁의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그렇다면 등록금투쟁의 똑같은 시나리오는 해마다 이 맘때쯤 대학 캠퍼스에서 왜 반복되고 있을까.

현재 국가의 전체적인 교육정책은 교육부에서 전담하고 있다. 교육문제와 관련된 법안은 국회에서 상정,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육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입시정책을 바꿔 중·고등학생들의 원성을 사는 것처럼 대학정책에 있어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산업대에서 열린 ‘전국대학생행동의날’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정부가 시장의 논리로만 교육문제에 접근한다”며 교육을 공공재로 인식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학도 등록금 책정 등 정책 결정 과정에 학생들을 참여시켜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립대학의 운영책임은 전적으로 재단이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과 의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매년 학생들이 요구하는 내용의 핵심은 대학의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 학생들을 참여시켜달라는 것이다. 우리학교 안산배움터 총학생회장 권병창<공학대·전컴 99>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요인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 내용이 방대하고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실질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권 회장은 “매년 반복되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학생들을 대학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실질적으로 등록금 협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와 대학, 학생 등 교육 3주체가 제각각 말이 다른 이유는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육시장을 개방하고 대학정책을 대학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교육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학 간 상호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학은 교육시장개방을 대비해 대학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을 통한 교육환경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주장은 교육은 공공제이기때문에 이를 시장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교육재정 6%를 확보해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대학은 등록금 협의과정에 학생들을 참가시킴으로써 투명하고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다른 상황에서 학원 3주체가 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의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부는 학생들의 대화 요구를 무시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으며 대학도 학생들을 학원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매년 반복되는 등록금문제 때문에 대학과 정부를 믿지 않고 있다.

한 사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신뢰와 대화가 필수적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이번 경희대의 사례는 등록금문제 해결을 위해 해결해야할 우선사항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대학이 등록금 책정을 학생들과 함께 다시 논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일단 대학과 학생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경희대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학과 학생이 마주앉아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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