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대중 앞으로 한 발 더
현대무용, 대중 앞으로 한 발 더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10.26
  • 호수 1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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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는 편견을 넘어 모두의 예술로

발레처럼 완전히 클래식하지도 않고, K-POP댄스처럼 완전히 대중적이지도 않다. 대중들의 인식에서 현대무용의 위치는 모호하다. 현대무용은 발레, 한국무용과 함께 우리나라 무용 교육계를 구성하고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춤의 분야지만 그 인지도에 비해 ‘지루하다’, ‘난해하다’라는 대중의 인식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서성희<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08> 양은 현대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난해하다는 인상이 있었고, 무용은 다른 공연 예술에 비해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더욱 멀게 느껴진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 한상근<경금대 경제금융학과 12> 군은 “다른 공연들의 포스터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무용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진다”라며 “무용 공연에 대한 정보는 접하기 쉽지 않은데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는 어렵다는 편견이 있어 굳이 공연에 가려고 해 본 적은 없다”라고 밝혔다.

어려울 것 같고, 잘 모르겠고
현대무용은 ‘이사도라 던컨’이 일으킨 이념적·형태적 혁명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동원하여 새로운 미(美)를 창조하는 예술이다. 바로 이러한 ‘비정형성’, 즉 특별한 규정이 없는 움직임은 현대무용 창작의 범위를 무한대로 넓힐 수 있는 특징인 동시에 대중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손관중<예·체능대 무용학과> 교수는 “현재 현대무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포화상태에 있다”라며 다른 공연 예술에 비해 관객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지금 공연계의 대세라고 볼 수 있는 뮤지컬의 경우 빠른 장면 전환과 직관적인 대사 전달, 춤과 노래·연기를 모두 한 번에 전달한다”라며 “그에 반해 현대무용은 오로지 비언어적인 움직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1+1이 2가 아니라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광범위한 가능성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대중화를 위한 무용계의 노력
손 교수에 따르면 현대무용계 내에서 대중화, 활성화의 필요성은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중화 작업의 시발점은 1992년도 ‘춤의 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무용협회가 주축이 돼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열었다. 극장의 귀족적인 문화였던 무용을 일반 국민들에게 오픈하자는 취지였다. 이때 ‘야외공연’이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문화적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방에까지 춤을 알리고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한 사업이었다.

이외에도 무용단이 지자체와 협의하여 문화 사업을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무용단의 지방 투어, 국립현대무용단의 오픈클래스, 구청의 문화학교 등이 현대무용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등 ‘페스티벌’의 개념을 활용하는 경우도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작품의 개별적인 요소보다는 기획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대중들에게 무용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손 교수는 “지금 시점은 현대무용 자체에 있어서도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이고 대중화 작업도 과도기에 해당한다”라며 “현대무용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방송, 대중에게 직격타를 날리다
이렇게 현대무용계에 대중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대중 입장에서 볼 때, ‘방송’이라는 매체만큼 쉽고 강렬하게 현대무용을 알린 기회는 드물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댄스 오디션 「댄싱9」에 참여한 현대무용수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현대무용단 ‘EDx2’의 안무가 이인수와 무용수 류진욱은 방송 출연 이후에 열린 무용단 창단 공연에서 상당한 관객 몰이를 했다.

이 공연은 유료관객의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했고, 이는 강동아트센터 개관 2년 중 최고의 유료관객 비율이었다. 이정원<EDx2 댄스컴퍼니> 기획 매니저는 “생방송 진출자였던 류진욱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던 사람들이 작품의 안무와 연출, 단원들 개개인의 기량에 매력을 느끼게 돼 ‘난해하다’는 현대무용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라며 “유료 관객이 많이 생기면 공연 분위기가 대중가수의 콘서트 장처럼 산만해질 것 같다는 우려와는 다르게 관객들이 진지한 분위기에서 관람하고 심도 깊은 질문을 내놓기도 했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 교수에 따르면 무용수들이「댄싱9」과 같은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도 무용계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양립한다. 무용이 대중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동의를 하지만 그 방안에 대해서 의견이 대립하는 것이다. 방송의 경우 무용수의 개인사, 환경 등 작품 외적인 것이 부각되면서 무용이 훼손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감수하더라도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손 교수는 “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제자(한선천)의 성향을 존중했고 무용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도 동의를 했기 때문에 방송 출연을 흔쾌히 허락했다”라며 제자 한선천<무용학과 08> 동문의 방송 출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손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을 포함한 일반 대중이 문화생활에 있어서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라며 “뮤지컬과 같은 직설적인 공연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무용의 깊이를 이해해 보려고 하는 마음가짐과 여유를 가진다면 더욱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일러스트 손다애 기자 sohndaa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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