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자들의 역할에 의문을 품다
대표자들의 역할에 의문을 품다
  • 이희진 기자
  • 승인 2013.10.07
  • 호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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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서울캠퍼스에서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열렸다. 전학대회는 우리학교의 큰 의결기구 중 하나로, 총학생회 운영의 공정성과 앞으로 학교를 이끌어 나갈 방향성에 대해 대표자들이 토론하는 자리를 말한다.총학생회의 예산과 결산, LGBT와 관련한 문제를 논의해 왔던 전학대회는 각 단대 회장과 과회장, 기타 대표자의 참석으로 그 개최여부가 판가름 난다.

따라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대표자들의 역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대표자들이 회의에 참석해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전학대회가 성원미달로 개최되지 못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에 이번 총학생회장은 이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고자 거의 모든 회장들에게 전화를 돌려 전학대회에 참석하기를 간곡하게 청했다.

총학생회장의 성의 때문인지 성원 384명 중 약 230명의 참석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회의가 ‘성사됐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공약 점검과 결산 내역을 보고하는 중간이나 쉬는 시간 마다 야금야금 회장들이 사라진 것. 회의 쉬는 시간이 끝난 후, 다시 성원 점검을 했을 때의 인원은 174명으로 과반수인 192명에 못 미치는 숫자가 돼 결국 나머지 논의 안건은 다음 전학대회로 논의가 넘어갔다.

회의가 무산 된 것은 두 번째 문제로 제쳐두고서, 묻고 싶은 질문은 하나다. 과연, 회의 중간에 사라진 그들이 ‘회장’이라는 무게를 쓸 자격이 있는가. 이는 지난 1391호 3면 기사에서 분석했던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출석률 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총 31번에 걸친 회의에서 20번이 채 안되게 출석한 대표자들이 22명 중 12명으로 과반이 넘었다. 특히 가관인 대표자는 ‘의대’였다. 5번의 회의에만 참석한 의대를 보자니, 자격을 의심하기는커녕 이 기사를 보고 의대학생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할까 우려스럽기까지 했다. 레지던트니 뭐니 바쁜 일정은 개인의 사정일 뿐 공적인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면 애초에 학생회장 자리는 왜 나왔단 말인가.

또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를 묻고자 하는 취재기자의 청에 돌아온 답변은 “중운위 회의 결과, 기자들에게 개인 정보를 가르쳐 주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본지의 질책을 피하고 싶어서인지, 무엇인가 캥기는 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떳떳하지 못한 일부 대표자들의 자세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회의에 참석을 하지 않거나,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연기처럼 사라지는 학생회장들. 학생의 궁금증을 대변하는 취재기자와의 인터뷰도 피하는 일부 회장들의 모습을 보자니 진심으로 ‘학생의 대변인’인 그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이미 뽑힌 회장이고 임기는 말을 향해 달려가니 어떻게든 끝내기만 하면 된다는 심보인지, 일부 대표자들의 이 같은 행동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다른 회장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는 점은 아는지 참 궁금하기만 하다.

심지어 자질이 부족한 학생회장을 질책하는 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나오는 달력 기사처럼 대표자들의 역할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비판을 해 왔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올해 또한 이 같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지지난해에서 본지도 사설과 칼럼으로 그들을 비판했지만 일부 대표자들의 태도는 여전히 나몰라라 하는 식이다.

발전이 보이지 않는 대표자들의 이유는 학생들의 무관심이 큰 역할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쓰고 있는 ‘왕관’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임기에서는중운위라는 말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고 불리는 날이 많아질 텐데 일부 대표자들로 인해 학생들의 표가 낭비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며 마무리를 잘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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