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가 애니메이션계에서 살아남는 법
드림웍스가 애니메이션계에서 살아남는 법
  • 류가영 기자
  • 승인 2013.10.07
  • 호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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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발상과 유머를 파헤치다

드림웍스는 1994년도에 설립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그 역사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의 최강자로 불리던 디즈니와 비교했을 때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현재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 성장이 도드라진다. 드림웍스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개미’와 연이어 발표한 ‘슈렉’으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라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이번 섹션에서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차별점과 비판점을 분석해보았다.

디즈니 공식 파괴하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전 세계의 동화, 민담, 신화에서 그 모티브를 따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를 애니메이션 속에서 만들어 냄으로써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동화에서 볼 수 있는 동일한 유형의 스토리텔링과 성차별적 요소로 인해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드림웍스의 지휘자 제프리 카젠버그는 애니메이션 내용에 대한 의견차이 때문에 디즈니사에서 나와 새 회사를 차렸다. 이 때문인지 드림웍스는 첫 작품부터 디즈니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의 공식들을 깨트리겠다고 선언했다. 드림웍스의 대표작 슈렉에서는 이러한 면모들이 매우 잘 나타난다.

논문 「<슈렉>에 나타난 패러디 전략과 그 효과」에서 안영순<전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패러디’는 기존의 문화를 비틀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렉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못생기고 포악한 괴물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슈렉은 자신의 공간을 보장받기 위해 영주와 계약을 하고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하러 간다. 마법에 걸린 공주는 멋진 왕자님을 기대하지만 눈을 떠 보니 앞에 있는 것은 초록 괴물 슈렉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패러디한 것이다.

드림웍스의 디즈니 비꼬기는 결말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공주의 결혼식에 달려간 슈렉은 공주와 진심이 담긴 키스를 하지만, 공주는 여전히 괴물로 남아 있다. 이 장면은 디즈니가 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깨트리며 공주와 왕자가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 공식이 됐다. 드림웍스는 못생긴 괴물들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니라 서로를 위하는 ‘내면’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슈렉은 아름다움의 기준뿐만 아니라 디즈니에 숨겨져 있는 성차별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안 연구원은 “슈렉에 나오는 공주는 디즈니 식으로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는 순종형의 공주가 아니다”며 “적들에게 발차기 할 수 있는 피오나 공주는 디즈니의 패러다임을 비트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슈렉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러한 패러디 요소와 비꼬기 요소들은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애니메이션에서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엉뚱한 역발상이 포인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평범한 주인공들을 발견하기 힘들다. 기상천외한 주인공들이 어떤 소동을 벌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그만큼 톡톡 튀는 역발상이 드림웍스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드림웍스는 보통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소재들을 이용해서 훌륭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내놓았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는 드림웍스만의 삐딱하게 보기의 성공적 결과물이다. 뉴욕시 동물원에 소속된 사자 알렉스,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는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자연에서 잡혀 온 동물들이라면 당연히 야생으로 돌아가고 싶어 할 것 같다는 생각과는 달리, 동물원 동물들은 도시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물들은 자신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아프리카로 보내지게 되고 동물들은 동물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동물들이라면 당연히 자연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180도 뒤집은 작품이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헷지’는 인간들의 음식에 중독된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인간의 음식을 빼 오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큰 웃음을 준다. 도시의 확장 속에 생존을 위협받는 자연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가 드림웍스의 상상력에 의해 다시 태어난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과 소재를 연결해 만든 애니메이션은 ‘쿵푸 팬더’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판다의 몸은 뚱뚱하고 둔하여 쿵푸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쿵푸 팬더’의 주인공 ‘포’는 쿵푸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고 열심히 수련한다. 드림웍스는 포의 미숙한 쿵푸 수련 모습을 유쾌하고 즐겁게 묘사하여 포의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키고, 이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드림웍스 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져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드림웍스가 완전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가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된 내용은 신분이 낮은 주인공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신분이 높은 계급의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노시훈<전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논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내러티브와 패스티쉬의 문제」에서 “ ‘개미’와 ‘슈렉’ 역시 애니메이션에 심각한 사회 비판적 요소들을 많이 담긴 했지만 궁극적 결말이 신분 높은 상대와의 결혼이라는 점에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서술했다. 즉, 디즈니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답습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 연구원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이 주인공의 성장담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도 주된 비판점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동화는 평범하거나 혹은 잠재력이 갖추어져 있는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적 공을 세움과 동시에 내적 성장을 이루어 내는 틀을 가진다. ‘드래곤 길들이기’, ‘가디언즈’ 등에서 이러한 특징을 매우 잘 찾아낼 수 있다.

초기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비판과 위트를 드림웍스만의 방식으로 잘 녹여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몇 작품들은 다른 회사들과의 차이점을 잘 찾아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흥미 위주의 애니메이션으로 변질됐다. 앞으로 드림웍스가 다른 애니메이션의 잔상에서 벗어나 ‘위트 있는 비판’이라는 장점을 살려 자신들만의 노선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 : 논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내러티브와 패스티쉬의 문제」, 노시훈
「<슈렉>에 나타난 패러디 전략과 그 효과」, 안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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