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로 만난 당신의 하루
인터뷰로 만난 당신의 하루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3.09.21
  • 호수 1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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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학교에 간다 .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배고플 때쯤 밥을 먹고 그 외 동아리, 학회 활동을 하거나 과제를 하는 게 대부분 학생의 하루다 . 늘 하루하루가 똑같게 느껴지는가 . 그렇다면 오늘 당신이 들은수업에서 옆에 앉아 있던 , 처음 보는 학생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 이런 호기심에서 출발해 기자는 서로 전혀 모르지만 , 목요일 아침마다 ‘건국신화와 리더십’ 이란 교양 수업을 듣는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학생을 찾았다 . 인터뷰의 주인공 김예인 < 예체대 생활무용학과 09> 양과 한창민 < 국문대 문화콘텐츠학과 13>군의 일과를 따라가 봤다 .

한창민 학생의 하루
기숙사에서 교양 ‘건국신화와 리더십’을 듣기 위해 나왔다. 9시 57분쯤, 지각하기 전 아슬아슬한 시간에 딱 맞춰 강의실에 들어갔다. 오늘 입은 옷은 빨간 체크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 왠지 어두운 피부색에 잘 어울린다.

강의가 끝나고,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학생식당에 도착했다. 오늘의 식당 메뉴는 닭갈비 볶음, 에그 스크램블, 순두부찌개 세 가지다. 그는 순두부찌개를 선택했다.


오후 1시. 밥도 먹었겠다, ‘교양 테니스’ 수업을 할 준비를 하러 기숙사에 들어간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수님은 항상 가벼운 달리기부터 시작한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맨 앞에서 뛰게 됐다.

테니스 수업을 마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곧장 전공 수업을 받으러 간다. 이 전공 수업은 불을 끈 상태에서 컴퓨터로 진행하는 수업이다. 한 마디로 딴짓하기 좋은 수업이다. 교수님의 목소리는 어느새 배경으로 사라졌다. 창민학생은 몰래 친구들과 핸드폰으로 카카오톡을 한다. 잠시 고개를 들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옆 친구 컴퓨터를 구경하기도 했다. 또는 그림판을 켜서 괜히 글자를 써보기도 한다. “이 전공 수업은 조금… 뭐랄까 집중이 잘 안 돼요.”

오후 5시가 되자 모든 수업이 끝났다. 그러나 그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오늘은 그가 속해 있는 단과대 학회 ‘시네필’의 회의가 있는 날이다. 그는 회의가 있는 강의실로 향했다. 학회 회의시간, 아직 13학번인 그는 나서서 말하기보다 가만히 선배들의 말을 듣고 있다. 평소 후배로서 창민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은 학회 선배 장다슬<국문대 문화콘텐츠학과 12> 양에게 물었다. “창민이요? 굉장히 성실하고 매사 열심히 하는 후배예요.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떤 후배를 부를까 생각하면 항상 창민이를 불러요.”

이제 창민학생은 저녁을 먹으러 학교에 있는 ‘오봉도시락’으로 향한다. 그는 딱히 가리는 게 없어 웬만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오봉도시락을 애용한다. 홀로 도시락집에 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평소에도 자주 혼자 저녁을 먹느냐고 물었다. “네, 주로 혼자 먹어요. 혼자인 게 편해요. 영화나 뮤지컬도 혼자서 잘 봐요.”

밥을 기다리는 동안 창민 학생은 물을 갖다 줬다. 또 밥이 나올 때는 먼저 가서 가져온다. 곳곳에 예의가 베인 학생이다. 이 예의 바른 새내기에게 대학생활에서 있어서 고민이 무엇이냐 물었다. “자투리 시간이요, 중간에 비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안 가던 도서관까지 가요. 가서 딱히 책을 읽는 건 아닌데 책장 사이를 막 돌아다녀요.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 있으면 꺼내보기도 하고요.”

오후 9시쯤, 기숙사에서 잠시 쉬다가 운동을 하러 나왔다. 평소에는 같은 과 선배와 조깅을 했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대신 1 생활관에서 탁구를 하기로 했다. 운동은 무척 좋아하는 그는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다.

이제 거의 하루가 끝나는 저녁 9시 50분. 그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오늘 하루에 관해 물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오늘이 제일 강의도 많고 바쁜 날이라 정신없이 흘러간 것 같아요.”
“바쁜 와중에 취재까지 받았는데 기분이 어때요?”
“취재를 받다 보니 뭔가 연예인의 기분을 느꼈어요. 한 사람에게 주목받는 것도 긴장되는데 연예인은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잖아요.”

창민 학생은 인사를 하고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는 열정이 많은 새내기의 대학생활을 보여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그에게 앞으로도 알찬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

김예인 학생의 하루
예인 학생은 아침부터 연습실로 향한다. 오늘은 중요한 2차 오디션이 있는 날이다. 이번 오디션에 합격하는 학생들만이 졸업 공연에서 솔로 무대를 가질 기회가 주어진다. 오늘을 위해 예인 학생은 7월부터 매일 5시간 이상씩 연습실에서 무용을 연습해 왔다. 오디션이 있기 전, 연습실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발레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그의 차례다. 그런데 한껏 준비해온 것을 뽐내야 할 순간, 무대는 잠잠하다. 모두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것은 예인 학생이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교수님이 일어나 학생들이 모인 곳으로 간다. 준비해온 음악이 들어 있는 CD가 읽히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맨 뒤 차례에서 음악 없이 발레를 해야 했다. 예인 학생의 얼굴 위로 수심이 깊어진다.

오랜 시간 후에 결과가 나왔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합격이란 통보가 왔다. 예인 학생에게 오디션을 마친 소감을 물었다. “처음엔 음악이 안 나와서 너무 당황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교수님이 합격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다른 잘하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어떻게 내가 합격 됐는지 아직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후배와 자축의 의미로 밥을 먹고, 교양 ‘대학 합창’ 수업을 들으러 갔다. 아직 첫 시간이라 각 음악 파트를 조율하는 중이다. 그가 속한 부분은 알토. 높은 음은 못 낸 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다. 합창 수업 교수님은 다소 독특한 인상을 준다. 그는 교수님에 대해 “귀여우신 분이라며 내 할아버지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합창 수업이 끝나고 중앙 동아리 ‘DOH’의 연습실에 들렀다. 오늘은 정기 모임이 있는 날. 동아리 사람들은 앞으로 다가오는 가을 축제를 위해 공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그를 비롯한 학생들은 체육관 지하에 있는 연습실에 모여 춤 연습에 몰두했다 아직 예인 학생은 새내기 회원이라 그들이 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본다.

잠시 짐을 가지러 동아리 방으로 발길을 돌린다. 올라가기 전, 학생복지관 1층 편의점에서 마실 것을 산다. 오디션을 위해 7월부터 시작한 다이어트가 끝나는 날 맛있는 것을 먹겠다는 다짐을 떠올린다. 그래도 먹는 것은 꼼꼼히 고르는 편이다.

이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발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를 꺼냈다. “예전에는 무용이 예쁘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회의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무용이 꼭 아니더라도 몸을 움직인다는 행위 자체가 좋아졌어요.”

밤 8시 반, 예인 학생은 자취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아직 아침의 분주함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무용과 학생답게 집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무용가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마치 그 사진 속 발레리나는 멋 훗날 예인 학생이 모습이 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예인 학생에게 오늘 하루에 관한 소감을 물었다.

“오늘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본인은 어땠나요?”
“진짜 파란만장했던 하루였어요.”
“취재도 같이 했는데”
“맞아요, 어떻게 보면 제게 그냥 지나가는 하루가 됐을 텐데 이렇게 취재를 받으며 생활하니까 뭔가 의식이 되기도 하고. 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오랫동안 준비했던 오디션이 끝난 오늘,, 예인 학생은 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오늘은 예인 학생의 안무가라는 꿈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 하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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