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베르크! 아니, ‘굴드’ 베르크?
골드베르크! 아니, ‘굴드’ 베르크?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3.09.14
  • 호수 1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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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글렌 굴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연주되는 사이사이에 휘파람 소리가 흥겹게 들린다. 심지어 피아노 선율을 따라 부르는 사람 목소리까지 들린다. 기존에 악기 소리만 들리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는 많이 다르다. 심지어 연주가가 의자를 휘청거리며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이렇게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해석의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는 바로 ‘글렌 굴드’다.

이렇게 굴드만의 독특한 해석이 가미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굴드의 이름을 따서 「‘굴드’베르크 변주곡」이라고도 한다. 마크 킹웰<토론토대 철학과> 교수는 “굴드 이후의 피아니스트는 굴드가 만든 새로운 연주 틀을 피해갈 수 없다”라고 말하며 굴드의 음악사적 위치를 설명했다. 이처럼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굴드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 굴드가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굴드는 괴짜 피아니스트?
굴드는 천재 피아니스트였지만 괴짜의 면모가 있었다. 먼저 ‘굴드베르크’에서는 특유의 효과음인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클래식 음반에서는 기악이나 성악 이외의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굴드는 녹음 과정에서 스스로의 흥에 도취해 휘파람을 흥얼거리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음반 제작자는 이런 ‘소음’을 최대한 녹음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굴드의 앨범을 들어보면 그들의 노력이 무산됐음을 알 수 있다.

굴드의 괴짜스러운 면모는 굴드의 습관을 통해 드러난다. 굴드는 초여름에 외투를 입고 목도리까지 두른 차림으로 녹음실에 방문했다. 심지어 손에는 장갑까지 끼고 등장했다. 굴드는 아주 따뜻한 온도에서만 자신의 연주를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녹음실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요구해 에어컨 기술자는 녹음 기술자 못지않게 힘들게 일했다는 후문이다.

굴드의 개성 있는 명반 둘
굴드는 자신이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담은 앨범을 2개 만들었다. 하나는 1955년에 녹음한 앨범이고 다른 하나는 1981년에 만든 앨범이다. 굴드는 원래 한 곡을 두 번 이상 녹음하는 일이 없었으나 골드베르크는 그 전례를 깨고 2번이나 녹음했다.

1955년도에 녹음한 앨범은 이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후대 음악가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굴드 이전에는 피아노의 전신인 ‘쳄발로’를 통해 연주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굴드는 이 앨범에서 피아노로 연주함으로써 클래식계에 신선한 활력을 줬다. 굴드의 이런 새로운 시도는 대중적으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굴드가 유명세를 타는 계기가 됐다.

자신의 연주를 더 깨끗한 음질로 녹음하고 싶었던 굴드는 1981년에 디지털 기술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한 번 더 녹음했다. 이 앨범에는 굴드가 중년일 때 연주한 곡이 수록돼 있어서 굴드의 원숙미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1981년 녹음판의 주제 ‘아리아(Aria)'는 1955년 판보다 두 배 더 길게 연주되며 다른 변주들도 마찬가지로 이전 앨범보다 더 여유 있는 템포로 음이 진행된다. 같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곡이지만 대조적인 성격을 띠는 두 앨범은 모두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두 앨범이 가진 각각의 개성과 특징이 독특해 많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참고: 책 「글렌 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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