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로 인재 선별, 정말 가능한가요
자소서로 인재 선별, 정말 가능한가요
  • 이희진 편집국장
  • 승인 2013.09.10
  • 호수 1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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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와 취업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대학들에서는 각자의 수시 입시 요강을 앞다투어 발표해 새로운 인재 모집에 한창이며 취업준비생들도 오는 하반기를 맞이해 간절한 마음으로 취업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수시와 취업을 준비하는데 앞서 응시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요소는 바로 ‘자기소개서’다. 이력서와 더불어 응시자를 판단하는 첫 기준이자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기 때문. 성장 과정, 지원동기, 협력·갈등 상황에 따른 리더쉽 발휘 등 자기소개서에서 요구하는 항목들은 학교마다 기업마다 달라 셀 수가 없다. △성장 과정은 사람의 성격 △지원 동기는 학교와 회사에 대한 관심도 △리더십은 갈등 상황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등 항목이 내포하는 의미도 달라 머리가 아프다.

자기소개서 항목을 하나하나 채우고 있자니, 왜 이렇게 인생을 심심하게 살았나 싶어 후회가 밀려든다. 면접관을 사로잡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싶지만 쓸 말도, 할 말도 없다. 결국 말을 지어내 살을 덧붙이고 반쯤은 사실이지만 반쯤은 거짓인 자기소개서를 완성시킨다. 그렇다면 과연, 면접관들은 이 반 거짓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응시자의 인성과 적성, 능력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기자가 답은 ‘아니오’다. 자기소새서는 태생부터 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자기소개서 마지막에 ‘위 상기 내용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합니다’라는 문구 하나에 의존해 응시자에게 진실을 강요한다. 또 자기소개서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항목을 채우기에는 우리네 인생이 그렇게 호화찬란하지도 않다. 물론, 몇천 개의 자기소새서를 읽는 면접관들도 그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소개서 대행업체는 기자의 답이 왜 ‘아니오’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예다. 최근 SBS의 보도에 따르면, 60만 원이면 맞춤형 자기소개서를 찍어내는 대필 업체의 횡포에 대학교 입학사정관 측은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명 대학교 재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꿀알바’로 불리는 이 작업은 학생들과의 ‘진지한’ 대화 한 번이면 끝나는 간편 아르바이트로 통한다.

학교와 기업도 자기소개서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아는지,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면접’을 내놨다. “만약 서류 단계에서 모든 평가가 완벽하게 끝나면 굳이 면접할 필요가 없죠”라고 말하며 면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응시자에게 질문을 하므로 자기소개서가 거짓이면 질문도, 그에 대한 답도 거짓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학교와 기업이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로 인재를 고른다는 것은 이같이 큰 구멍을 가지고 있다. 학교와 기업에서는 ‘그럼 어떤 기준으로 인재를 뽑는 방법이 좋으냐’며 반문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자기소개서가 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이 사실은 지금껏 수많은 자기소개서에 속아온 학교와 대필이라는 간편한 방법으로 면접관을 속인 응시자, 이 둘 모두가 아는 답이다.

대한교육협의회가 지난해 입시 기간데 전국 대학교 97곳에 제출된 자기소개서 24만 건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3천여 건이 표절로 의심됐다. 해당 학교에 이 같은 사항을 전달, 명단을 통보했지만 자기소개서 대필로 대학교 합격이 취소됐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속인자와 속는자 모두 침묵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학교와 기업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통한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인성, 성격, 재능을 천편일률적인 항목에 맞춰 골라내기엔 자기소개서는 거짓으로 얼룩져있다. 응시자의 인성을 알아본다며 개인의 페이스북 등의 SNS 주소를 요구하거나, 구글링을 통해 뒷조사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차라리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도 텍스트로 만들어진 인성이 아닌 그 사람의 실제 ‘내면’과 ‘면접자의 체험’을 통해 응시자를 선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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