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여행하는 법
시간을 여행하는 법
  • 한대신문
  • 승인 2013.09.01
  • 호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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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건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다. 멀리 가지 않고 한국전쟁 때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오늘날 한국사회의 청년들을 보면서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줄 알라고 일갈하겠지만, 오늘날 우리 청년들이 1970년대 산업 역군들이 느꼈던 성취감을 자신의 세대 안에 느끼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노력만 하면 된다.”가 모두가 공감하던 상식이었던 시대에서, “노력을 해도 안 된다.”가 더욱 지지를 받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개발 초기 사회에 장년기를 보내는 세대와 경제 발전이 이미 성숙해버린 사회에 장년기를 보내는 세대의 차이이다.

하지만 사실 어느 시대이건 장단점은 있다. 100여 년이 못 되는 인간 수명을 대부분 21세기에서 보내게 될 오늘날 청년들은 역사상 가장 국제적 위상이 높고 경제적으로 진보된 한반도에서 인생 초기를 보내고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어떤 시대의 한국인보다 누리고 있는 것도 많다. IT혁명을 겪고 있는 문명 단계에 태어난 덕분에 공감각적 쾌락을 극대로 향유하고 있다. 사상적 자유는 아노미를 겪을 정도로 가지고 있다. 지구상에 모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시간대에 태어나 일정 기간 삶을 운위하는 여행자이다. 한국이란 특수 지역에서 우리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란 시간여행 티켓의 한 줄을 메우는 중간역의 이름이다. 출발역도 제각각이었을 여러분은 우연히 같은 역에 도착해 있지만 지금부터 거칠 경유역이나 종착역은 다시 제각각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시간여행을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을까.

조금 더 일찍 여행을 시작한 선배의 입장에서 시간을 잘 관찰하고 요리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2023년에 한국이 아열대로 바뀌고 한국인 피부색이 검게 바뀔 것이라는 기사가 났다. 보일러 회사들은 이미 미래를 예측하며 냉방기 회사로 변신을 노력중이다. 직업 선택이나 창업에서도 미래의 날씨 변화를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연금이 파탄나면서 연금제도 개혁이 진행 중이다. 선진국에서는 납세할 미래 인구의 감소로 사태가 더욱 심각하며, 공무원 숫자도 줄고 있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공무원 시험은 장담컨대 10년 안에 그 매력이 사라질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선택하는 직업의 장점들은 길게 잡아도 십여 년 안에 사라지거나 단점으로 바뀔 가능성이 많다. 시간 여행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여러분의 최대 여행 기간인 백년은 살펴보아야 한다. 예측이 항상 맞지는 않아도, 늘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자신의 성향과 조화를 모색하는 여행자가 만족도 높은 여행을 할 가능성이 높은 법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자 자신이 어떤 형태의 여행을 선호하는 타입인지 스스로를 잘 아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렇게 나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또 내가 놓인 시대를 다른 제약 없이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최적(最適)이자 최후(最後)의 시기가 대학 재학시절이라는 점도 끝으로 부언해 둔다. 모쪼록 중간역에서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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