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되짚어 보고 미래를 그리다
사회를 되짚어 보고 미래를 그리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3.05.28
  • 호수 1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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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윤영민 교수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이 사실은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믿음이 깨질 때 ,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부정당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어떤 사회가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미 사람들이 가 본 길을 걸으며 가능한 안정된 길을 걷고 싶어한다. 그러나 윤영민 < 언정대 정보사회학과 >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자신이 직접 미래를 만들어 가는 거라고.

변화의 주역에 서는 일
윤영민 교수가 ‘정보사회학’이란 분야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던 아케이드 게임을 접했다. 동료가 신이 나게 게임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옆에서 동료가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야, 저게 앞으로 우리 삶을 참 많이 바꿔놓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 저게 변화의 시작처럼 느껴졌지. 저 기술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해서 이 부분을 꼭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우리 사회에 깊게 영향을 끼칠 ‘정보 기술’ 말이야.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위해 유학길에 올랐지.”

대체 아케이드 게임을 보고 윤영민 교수는 어떤 영감이 떠오른 것일까. 그곳엔 그를 사로잡을 만한 매력이 있었다. 사회의 ‘변화’ 윤 교수가 그 게임에서 본 것은 앞으로 우리의 삶 곳곳에 깊숙이 침투할 정보기술의 힘이었다. 좀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에 주목한 사람이다.

“나는 매일매일 변하는 세상에서 그 변화를 읽고, 또 내가 그것을 만들어 가는 데 동참하는 일이 재밌어. 내겐 하나의 게임과도 같아. 기술과 인간과 사회의 만남, 그 안에서 이리저리 튀면서 여러 혁신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좌절하고 말이야. 내가 그런 사회의 변화를 읽고, 주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윤 교수는 결국 평생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길을 택했다. 중간에 한 기관의 연구직의 길을 걸을까도 했지만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교수직에 발을 담갔다. 그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하고 싶어서였다.

“연구직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는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기는 어렵잖아. 소비자가 원하고 이익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하잖아. 나는 배가 좀 고파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연구를 하고 싶었어. 내 능력을 팔아서 몇 푼 받는다고 무슨 재미가 있니.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해. 그 분야에 혁신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고 실제 기술을 만드는 일이 더 재밌잖아.”

불안하다면 직접 확실하게 만들어라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고 그곳에서 성공한다면 큰 부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잘못된 길이라면 큰 손해를 보는 일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뜻 도전하지 않는다. 아무도 걸어 보지 않았기에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영민 교수 또한 새로운 이론을 개척
하는 입장에서 불안감은 있었다.

“내가 교수가 되기 전, 교육 분야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한 적이 있었어. 전국의 교장쯤 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는데 휴식 시간에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거야. ‘여보시오 강사 양반, 거 너무 과장하지 마시오. 우리 이런 강의 한두 번 들어 본 것이 아니오. 30년 전엔 시청각 자료라 해서 마치 그것만 쓰면 교육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처럼 말하더군. 그런데 무엇이 바뀌었는가?’ 그 말을 듣고 나도 뜨끔했지.”

만약 윤영민 교수가 그 말을 듣고 연구를 접었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헤매는 것부터 나아가는 것이다’란 말처럼 그 속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 자에게 길은 열려있다.

“그 강연을 하고 나서 ‘내 말에 책임 질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지. 하지만 내가 만약 그런 회의를 계속 갖고 있었다면 변화를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을 거야. 스스로에게 믿음이 없다면 내가 제일 앞장서서 연구를 끌고 가지 못했을 것이고.”

윤영민 교수는 최근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정보기술의 중요 요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것이다. 지난 정보를 연구의 중점으로 삼았던 시기와는 다르지만 이제 그는 정보기술에 한 층 더 가까워졌고 또 다른 변화를 주도 하는 셈이다.

“처음엔 정보에 중점을 두고 시작했지만, 이젠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봐. 데이터는 정보를 가공하기 전, 한 단계 밑에 있는 자료야. 이젠 정보보다 데이터를 보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 저널리즘도 마찬가지고 기업, 컨설팅 교육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뀌고 있어. 이것을 위해 최근에 ‘데이터 사이언스 학회’를 만들어 새로운 연구를 시작 하고 있지.”

지금 청년들이 획기적인 시도에 함부로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만약 실패한다면 그것에 바친 자신의 청춘
이 아깝기 때문이다. 아무도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에 실패란 이름이 찍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에 관해 윤영민 교수는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방법에 관해
말했다.

“가장 확실한 미래 예측은 미래를 만드는 거야. 미래가 어디로 튈지는 모르잖아. 미래는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거야. 얼마나 재미있니? 나도 20년 전에도 실패할 수 있었어. 근데 시도하지 않으면 그게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 없는 거야. 남들이 하는 걸 따라가기만
하면 도전하는 맛이 없잖아.”

어느 분야든 트렌드는 생명이다
그동안 윤영민 교수는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고 골동품으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 수많은 분야를 봐왔
다. 지금 상황에서 딱히 쓸모 있지는 않지만, 마치 계륵처럼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골동품말이다. 윤영민 교수는 ‘언론’도 그런 취급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해마다 신문사가 독자들을 잃어 가는 모습을 봐왔다. 예전부터 유난히 언론에 애착이 있었던 그는 언론이 몰락해 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친구 중에 ‘매일경제’ 신문 편집국장이 있어. 당시만 해도 신문 편집국장은 원한다면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었지. 이 친구를 우리 학교에 부른다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강연을 요청했지. 그런데 학생들이 5명쯤 왔나. 그 친구에게 정말 미안했어. 하지만 그만큼 이젠 학생들이 신문에 관심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거야.”

그는 신문이 설 자리를 잃고 점점 사라져 가는 이유를 시대적 요구사항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미 사람들은 종이 신문보다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상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신문을 안 읽는다고 개인을 탓하기엔 너무 좁은 시야가 아닐까.

“여러 신문이 그랬어. 매년 수없이 많은 신문사가 문을닫고 있어.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야.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들은 평소에 하던 대로 했을 뿐 이야.”

그렇다면 신문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정녕 조금씩 무너져 가는 길을 걸어야만 할까. 미래의 신문과 TV는 힘이 없는 구시대적 플랫폼으로 전락해야 하는 걸까. 윤영민 교수는 어느 분야나 그렇듯이 현재 언론 또한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은 일반 블로그나 SNS에서도 보도 기사는 많이 볼 수 있잖아. 그런데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있어. 심층 보도가 대표적인 예지. 그렇다면 신문사에서 그런 부분을 좀 더 전문적으로 다뤄줘야 해. 예를 들면, 지금 ‘뉴욕 타임즈’나 ‘가디언즈’는 완전히 탐사 저널리즘으로 방향을 잡았어. 그 이후로 유료 가입자도 늘었지.”

결국,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어느 매체든 몰락해간다는 말이다. 비단 언론이란 분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신문사 역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현재 제도가 무너져가고 있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시기라고 봐. 이젠 보도의 개념 자체가 정말 달라졌어. 이건 갑자기 생긴 변화가 아니야. 오래전부터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지. 앞에 말한 ‘뉴욕 타임즈’ 역시 잦은 실패를 겪었어. 근데 그 참담한 실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거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들이 변화를 주도할 때 우린 뭘 했느냐 이거야. 우리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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