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게임, 이것이 확실히 ‘참’입니까
진실 게임, 이것이 확실히 ‘참’입니까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3.05.11
  • 호수 1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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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적 방법론의 흐름을 좇아

<프란시스 베이컨> Seeing is believing, 귀납주의와 가설연역법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란 말은 ‘직접 경험한 것만 믿을 수 있다’라는 뜻의 격언이다. 귀납법은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로부터 얻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일반적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어떤 가설을 ‘참’으로 결론짓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사례들이 많을수록 좋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한 번의 관찰 경험이나 특별 상황에서의 관찰 경험으로 결론을 도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조건 상황에서 귀납법을 통해 일반적인 결론이 도출되어야 그 가설은 ‘정당화’된다. 이때 정당화란 단어는 ‘그것을 타당한 과학적 지식으로 받아 들일만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욱<인문대 철학과> 교수는 “베이컨은 다양한 조건에서 다양한 사례에 대해 실험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며 “대조 실험을 하거나 대상을 관찰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귀납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사례에 근거한 일반화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귀납법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변수에는 ‘참’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귀납이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래가 과거와 똑같다’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실상 이런 전제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귀납의 오류를 피하기 위한 시도로 ‘가설연역법’이 제시됐다.

가설연역법의 예로 ‘모든 금속은 전기가 통한다’는 가설을 세워보자. 이것이 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전까지 전기 실험을 해 본 적이 없는 금속으로 실험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금속은 전기가 통했고 이때의 실험은 가설을 세울 당시에는 없던 사례를 증명했다. 이처럼 가설연역법은 가설을 만든 후에 이전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사례 하나를 증명해보는 방법이다.

<칼 포퍼> 가설연역법의 한계와 반증주의
가설연역법은 가설에 반(反)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는 한 가설을 ‘참’으로 결론짓는다. 이런 점 때문에 포퍼는 가설연역법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다.

가설연역법을 통해 가설이 참임이 밝혀졌어도 아직 그 반대의 예를 발견하지 못해서 그것이 참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전기가 통하는 금속 가설은 가설연역법을 통해 참이라고 판정됐다. 하지만 우주 어딘가 전기가 통하지 않는 금속이 있고, 사람들이 아직 그 금속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가설연역법으로 얻은 결과가 거짓이 된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는 틀리지 않았다’ 정도의 결과만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반증주의는 실험결과를 통해 어떤 가설이 참인지는 알 수 없다고 본다”며 “반례를 찾기 위해 가설연역법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반증주의’라고 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쿤> 반증을 극복하며 만드는 ‘패러다임 이론’
20세기 초 포퍼의 반증주의에 의해 사람들은 정당성을 잃은 이론은 자연스럽게 소멸되지만 허점을 보완한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의 발전이 이뤄진다고 여겼다. 하지만 쿤은 반증당한 이론이 소멸하기 보다는 본질은 유지한 채로 주장이 보완·보강 된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어떤 이론이 반증 당했을 때 그 이론을 약간 고쳐서 반증을 피해 갈 수 있게 만들고 또 이것이 반증 당하면 반복해서 이를 수정·보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이론 자체의 결론은 보존하면서 그 뒷받침 주장을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과학의 진보가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이다. 쿤은 과학이 끊임없이 전제에 대해 물음을 던지면서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과학자 집단에 의해 결정된 패러다임을 전제한다고 생각했다. 그 패러다임 위에서 과학자나 철학자는 반증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보완·보강하는 것뿐이다.
도움 : 이상욱<인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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