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미달’로 ‘규탄’받는 총학생회
‘실력미달’로 ‘규탄’받는 총학생회
  • 한대신문
  • 승인 2013.05.07
  • 호수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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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한양 LGBT 준비위원회(이하 LGBT)는 ‘총학생회(이하 총학) 규탄 성명서’를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하고 학교 곳곳에 부착했다. 총학의 실력부족, 도의적 책임 거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LGBT의 중앙특별위원회(이하 중특위) 인준 안건이 임시 전학대회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이 비판의 시작이었다. 총학은 학생회칙 7장 2절 제34조 5항의 ‘특정 자치기구가 처음으로 중특위로 인준받기 위해서는 (중략)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제출해 재적 대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인준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을 회칙에 따라 처리한 총학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서 LGBT를 배제시킨 소통의 미숙은 여전히 비판의 여지가 있다.

지난 달 27일 열린 정기 전학대회는 LGBT 인준 안건이 발의되기 전 정족수 미달로 폐회됐다. 때문에 회의에서 논의 되지 못한 나머지 안건은 지난 1일 열린 임시 전학대회로 넘어가게 됐다. LGBT 측은 총학으로부터 “임시 대회에서 다뤄질 안건 중에 LGBT에 관한 안건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달받았다. 하지만 중앙운영위원회의 논의 끝에 LGBT 안건은 임시 전학대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LGBT의 입장은 배제됐으며 안건에 상정되지 못한 사실조차 우연한 기회로 추후에 확인하게 됐다.

LGBT의 중특위 인준에 대한 당위성이나 필요성을 떠나 안건 자체를 논의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총학은 LGBT측과의 소통 없이 미숙하게 일을 처리해 ‘규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물론 SNS라는 공개적인 공간에 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총학을 ‘실력 미달’, ‘규탄’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지적하며 사과문을 요구한 LGBT측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한 LGBT의 입장에서 이번 성명서 발표는 최후의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현재 상황으로는 LGBT측이 느끼는 것처럼 총학이 LGBT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시키는 것인지, 총학의 미숙한 일처리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LGBT 또한 총학이 귀 기울여야 할 ‘학생’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총학과 LGBT와의 소통이 앞으로도 어려워진다면 ‘소통’을 내세운 이번 총학에게 LGBT는 무거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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