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면, 영화는 만들어집니다"
"함께라면, 영화는 만들어집니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3.03.26
  • 호수 13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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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영화감독’, 많은 사람이 이 직업을 생각할 때 ‘카리스마’, ‘예술’ 등 화려한 단어를 떠올린다. 또한, 영화를 제작하려면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므로 일정의 재산을 가져야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꼭 이러한 것들이 있어야만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안창규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평범한 사람이고, 돈을 얼마 갖고 있지 않아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말로 그의 최신작 ‘청춘유예’는 세간의 인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상 밖으로 나왔다.

주위를 보라, 시작은 당신의 발밑에 있으니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는 그의 모습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학생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비디오 가게 주인으로 시작해 영화감독이 되고 싶단 꿈을 키워나갔다. 대학시절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단편 영상을 조금씩 제작하는 등의 시도를 했다. 영상을 만드는 일은 재미있었지만, 적당히 즐기는 취미는 될 수 있어도 생계를 이을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영화가 될 만한 분량의 작품을 만들고 이 일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학교를 좀 오래 다녀서 주위에 후배가 많았어요. 그 아이들의 고충을 듣고 등록금에 관한 문제를 찍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나온 영화가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죠. 영화를 찍을 땐 이게 진짜 내 마지막 영화라는 생각을 하며 찍었어요. 그런데 예상외로 그 영화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거예요. 그래서 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던 영화가 오히려 출발의 도화선이 된 거죠.”

영화를 다시 찍게 되면서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청년문제’를 소재로 정했다. 예전에는 청년의 대상을 대학생으로 범위를 좁혀 찍었지만, 꼭 청년은 대학생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든 20대로 시야를 넓혀 소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영화가 ‘청춘유예’다.

“처음 ‘청춘유예’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출연할 청년들을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청년유니온’이란 단체를 알게 됐죠. 청년유니온이란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노동조합이에요. 우연한 기회로 그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곳엔 대학생만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우리 청년 전체를 대변할 만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었죠. 제 영화에 딱 맞는 공간과 사람들이었어요.”

관찰자가 아닌, 한 주체가 되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장영화에 비해 어려움도 많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일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만들기도 한다. 안창규 감독 역시 그것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죠. 그래서 도중에 ‘부천 영상미디어센터’에 취직하기도 했어요. 아쉬운 점은 영화와 회사일,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 보니 내가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그럴 땐 청년유니온 사람 중에 개인적으로 친한 분께 부탁하는데 영상 촬영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분이 대부분이라 영상이 약간 어설프게 나올 때도 있었어요.”

게다가 그가 영화를 찍을 당시 청년유니온은 아직 초기라서 아무도 청년유니온의 미래를 알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만 바라보는 관찰자를 벗어나 원년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게 될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사실, 청년유니온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란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죠.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댄다고 그게 정말 풀릴까? 어차피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인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의문과 함께 시작한 촬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의구심은 헛된 것이었다. 오히려 그는 이전보다 더 청년유니온에 관심을 두게 됐고 어느새 한 단체원이 돼 있었다.

“단체 사람들이 서로 모여 문제를 의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에서 어떤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청년유니온 단체 자체가 문제를 해결할 직접적인 열쇠는 아니지만, 해결방법을 찾는 데 도와줄 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소소한 시민으로서, 그러나 한 감독으로서
이전부터 그가 사회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게 있다면 왜 다들 ‘혼자’해결하려 애쓰느냐는 물음이었다. 자신의 문제를 공유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다 보니, 사회는 점점 자신만 살아남으려는 경쟁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면 그저 잠깐 이런 생각이 스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영화감독’이다. 한쪽 발은 시민의 위치에 다른 한쪽 발은 감독이란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세상에 꺼낼 수 있는 역할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청춘 유예’에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담았다. 그는 그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다른 방법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영화 속 청년유니온 사람들이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기에 나온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은 거죠.”

이런 소망을 담은 영화 ‘청춘유예’는 지난 22일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행사로 영화계에 한 발 내딛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후에도 계속 ‘청년’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겠다고 말한다.

“나중에 진짜 영화를 찍게 돼도 청년들의 문제를 다룰 거예요. 아직도 말할 게 많은 주제잖아요.”   

▲ 안창규 감독의 '청춘유예'의 티저 영상 중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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