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부부의 퍼포먼스 아트, 그리고 사랑
예술가 부부의 퍼포먼스 아트, 그리고 사랑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3.09
  • 호수 1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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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섹스트로니크>와 <버자이너 페인팅>
뉴욕의 ‘시네마테크’에서 펼쳐진 작품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는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첼리스트 샬럿 무어맨은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하여 첼로를 연주했다. 2막에서 샬럿은 연주 도중 옷을 벗었고, 가슴을 완전히 드러낸 차림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즉시 뉴욕 경찰에 체포됐고 외설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 첼로 연주자 샬롯 무어맨과 함게 한 '오페라 섹스트로니크'퍼포먼스의 한 장면. 샬롯 무어맨이 웃옷을 벗은 백남준을 첼로 삼아 연주하고 있다.
이후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만, 당시 주지사 록펠러는 뉴욕 예술계의 여론을 반영해 ‘예술 행위에서 누드를 처벌할 수 없다’는 법 개정에 사인한다. 이 퍼포먼스는 뉴욕을 예술 하기에 좀 더 좋은 환경으로 만든 계기가 됐다. 백남준은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서문」에서 “진지함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음악에서 성을 제거하는 것은 도리어 음악의 진지함을 해치는 행위다”라며 “음악도 문학, 미술과 동등한 위치의 예술이기 때문에 음악에도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연 <서피스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인간이 사랑하는 미술과 음악이라는 예술의 조합이다”라며 “사회를 비판하고 개성 있는 예술을 실현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논문 「백남준과 플럭서스-실증자료를 통한 플럭서스 공연의 중심인물 백남준」 에서는 그의 공연을 “공연과 현실의 경계선을 바꿔치기하며 ‘질식’시키는 음악 공연에서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공연 참여로 이어지게 했다”고 평했다. 이를 통해 그는 “시민사회의 절대적인 고급예술의 가치를 전복하려 한 것”이었다.

▲ 구보타 시게코가 「버자이너페이팅」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남편만큼은 아니었지만 시게코 또한 저명한 아티스트였다. 구보타 시게코의 <버자이너 페인팅>은 당시 큰 논란이 된 퍼포먼스 아트다. 1965년 뉴욕에서 열린 <영원한 플럭서스 축제>에서 구보타는 커다란 종이를 바닥에 깔고 속옷 가랑이에 붓을 달고 나아가며 붉은 붓 자국을 남기는 행위 예술을 선보였다. 그녀의 저서 「나의 사랑 백남준」에 따르면 시게코는 “당신의 은밀한 곳에 붓을 꽂고 관객들 앞에서 그림을 그려줄 수 있겠어?”라는 백남준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었다. 백남준은 시게코에게 자신이 공연을 기획한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작품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을 빗대는 동시에 그 작품을 뒤집어버렸고, 당시 많은 남성 예술가들은 이에 대해 큰 거부감을 보였다. 이 작품에 대해 김 교수는 “이 퍼포먼스는 의도적으로 ‘여성적’인 몸짓으로 그림의 과정을 창조했다”라며 “여성 육체 중 창조의 핵심인 곳에서 흘러나오는 그림은 사정하듯 던지고 떨어뜨리고 흩뿌리는 기존의 남성적 액션페인팅과는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참고 : 논문 「백남준과 플럭서스-실증자료를 통한 플럭서스 공연의 중심인물 백남준」
 도서 「나의 사랑 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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