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당신의 고통은 실재합니까? 환상통
[학술] 당신의 고통은 실재합니까? 환상통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3.03.05
  • 호수 1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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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외부’로부터의 ‘신호’, 그 원인에 대해서

어느 부부가 있다. 곤히 잠들어 있던 남편은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왼쪽 다리가 너무 간지러워. 좀 긁어줘” 아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몇 번이고 남편은 아내를 다그치지만 아내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남편은 왼쪽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환상통이란 사지절단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신체부위에서 있는 것처럼 통증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당뇨나 사고로 인해서 팔과 다리의 일부분을 잃었는데도 없어진 팔과 다리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진실이 아닌 허상, 환상지
먼저 손이나 발을 절단한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손과 발이 그대로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증상이 바로 ‘환상지’이다. 환상지는 태어날 때부터 손과 발이 없던 사람들에게서도 발생한다.  「통증 의학」은 환자가 환상지를 겪으면 비록 특정 신체 부위는 없지만 ‘운동감각 왜곡’이나 ‘체표면 감각’의 왜곡을 겪게 된다고 본다.

「통증 의학」에 따르면 “운동감각 왜곡은 신체의 운동을 인지하는 감각 즉, 시각 · 평형감각 · 촉각 등의 공간인지 감각의 왜곡”이며 “체표면 감각의 왜곡은 존재하지 않는 신체 부위에서 따끔거림이나 저림, 덥거나 찬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환상지가 왜 생기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본 책에서는 보편적으로 ‘c-신경섬유의 침묵’을 유력한 원인으로 꼽는다. 「통증 의학」에 의하면 “이것은 신체의 일부를 상실하게 돼 말초신경의 전기적 활성이 급작스럽게 중단됐을 때 중추신경에서 상실된 신체 부위의 감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상지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점차적으로 신체 일부를 상실하는 경우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환상지는 대개 절단 수술 직후 발생하며 절단 수술 2~3년 후에는 자연적으로 소실된다.

없지만 있는 듯 찾아오는 고통, 환상통
환상지는 거의 80~100%의 비율로 발생하며 환상통은 이들 중 절반 정도에게서 나타난다. 환상통의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인정할 만한 연구 보고는 없지만 절단 수술 전 통증의 유무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즉 절단 전에 겪은 고통을 뇌가 기억해 절단 후에도 뇌는 지속적으로 그 고통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통증 의학」에서는 환상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크게 6가지가 언급된다. 말초 요인, 척수부 요인, 중추 요인, 심리적 요인, 인지 요인 그리고 연령이다.

먼저 ‘말초 요인’은 말초 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이 상실되거나 새로운 신경계가 활성 될 때를 의미한다.  절단으로 신경이 손상되면 자극을 전달하는 속도가 변하게 된다.

‘척수부 요인’은 척수 분절의 후각이 감각기에서 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구심 작용의 변화로 환상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자극으로부터 반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극 세기인 역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을 절단하는 경우 기존에 입력된 높은 역치가 사라지고 새로운 낮은 역치가 입력되는데 이때 신체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자극이 척수의 후각에 영향을 미쳐 환상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절단 부위의 통증이나 절단면의 변화 없이 환상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가 바로 중추 요인의 영향을 받았을 때이다. 환자는 중추 신경계에서 감각 기능의 변화가 발생했을 때도 환상통을 경험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추 신경의 변화 양상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며 말초 요인과 척수부 요인을 복합적으로 연관 짓는 의견도 있다.

몇몇 학자들은 환상통을 정신 신체적 질환으로 여기며 그 원인을 심리적 요인에서 찾고자 하였다. 특히 Zuk GH는 환상통을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무의식적인 욕구로써 표현하였다. Ewalk HR는 “인지적 차원에서 환상통은 환상지를 가진 환자에서만 발생한다”며 “환상통은 기분 나쁜 감각이나 통증”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사람은 신체 내외의 감각과 운동을 통해 신체에 대한 지도를 형성한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받아들이던 정보가 갑자기 차단되면 중추신경계의 지도와 뇌의 신호간에 부정합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환상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연령 요인에서는 환상통은 소아에서 발생 빈도가 매우 낮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자의 나이가 중요한 원인임을 주장한다.

또한 「통증 의학」에서는 환상통이 절단 수술 후 바로 발생할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1년 이내에 자연적으로 통증이 사라지기도 하나 통증 발생 이후 간헐적으로나 지속적으로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도서 「통증의학」에선 “통증의 성질은 환자마다 다르게 표현되는데 ‘쪼아대는, 화상감의, 부서질 것 같은, 따끔거리는, 땅기는’ 등으로 통증이 호소된다”며 “또한 환상통 환자의 1/3에서 절단된 부위를 특정 위치에 둘 때 통증이 더욱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뒤틀리거나, 쥐어짜는 기분 외에 딱딱하게 굳어 버린 듯한 통증을 호소하며 환상지의 위치를 환자 자신은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종합적으로 환상통은 존재하지 않는 신체부위로부터 느끼는 통증을 말한다.  신체 부위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거기로 전달되는 신경체계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없는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환상통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경우,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공감을 얻기 어려워 마음의 치료도 병행 될 필요가 있다.

환상통은 16세기 Ambroise Parre가 처음으로 환상통에 대해 기술한 것을 시작으로 1872년 Mitchell이 환상통의 양상을 자세히 기술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환상통의 완전한 치료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근원지는 무(無)이지만 그 고통만은 유(有)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호소할 수도 없고 공감할 수도 없는 이 고통은 오랜 시간 환자들을 괴롭혀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환상통은 실재(實在)한다는 것이다.

참고: 도서 「통증 의학」
이미지 출처: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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