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학생대표자 맞나
총학생회, 학생대표자 맞나
  • 한대신문
  • 승인 2006.04.02
  • 호수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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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깃발을 휘두르며 절도 있는 동작을 취하는 문선에 ‘고학번 선배님’들은 절도 있는 팔뚝질로 화답했다. 인기 개그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콩트에 ‘06학번 새내기’들은 포복절도와 함께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자신이 속한 학교의 영상이나 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은 똘똘 뭉칠 수 있었다. 등록금을 동결하라는 대학생 3천 명이 모인 청계광장의 단면이었다. 이 모든 학생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달랐지만 등록금 동결에 대한 열망은 모두 하나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청계광장에서 ‘3·30 대학생 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 우리학교 서울배움터에서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총회가 기획됐다. 하지만 정족수의 절반도 참석하지 않은 채 총회는 무산됐다. 궂은 날씨 탓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총회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구체적인 행동 방향도 정해져있지 않은 상황에서 1천5백 명이 넘는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으겠다는 발상 자체가 만용에 가깝다.

안산배움터 총학생회도 학생총회를 준비했다가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반대에 부딪혔다. 이유는 서울과 다르지 않다. 학생총회를 열어 학생들의 의결권을 중앙운영위원회로 위임받겠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충분히 총학생회가 독자적으로 등록금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것도 서로 생각이 다른 서울 대표자들의 ‘무책임’을 비난하고 헐뜯으면서 본인들의 평화적이고 논리적인 대안이 진리이고 유일한 길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말이다. 등록금 협상을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무조건적으로 학생들의 의결권을 위임 받겠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학생들이 원하지 않은 방향이 무엇인지는 물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음대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것도 만용이다.

지난달 30일, 청계광장에서 보여준 양배움터의 총학생회의 모습은 학생들과 괴리된 ‘왕따’ 총학생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학내에서 등록금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총학생회는 청계광장에 없었다. 우리학교 서울배움터 학생들의 참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은 총학생회가 아니었다. 안산배움터에서는 총학생회와는 별개의 일부 학생들만이 참석했다. 학내에서 학생총회가 무산되고, 등록금 협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모습이 청계광장에서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그 날 집회는 소위 ‘운동권’만의 자리가 아니었다.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성향이 다른 학생단체가 교육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한 자리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대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마련된 것이었다. 총학생회가 이 자리를 통해 등록금 문제가 비단 학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천극장에 모인 학생은 7백명이었지만 청계광장으로 향한 학생은 3백명이나 됐다. 학생총회를 성사시켰던 연세대, 이화여대도 이 만큼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지는 않았다. 청계광장에서의 등록금 투쟁에 이토록 큰 호응을 보이는 학생들이 왜 학내에서의 등록금 문제에서는 총학생회와 함께 하지 않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점은 이번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안산 총학생회 역시도 함께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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