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멈추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장을 멈추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12.01
  • 호수 1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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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주니의 시각으로

할아버지의 일을 돕기 위해 공장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아 일이 벌어졌다. 공장의 사장인 우리 할아버지에게 무언가 큰일이 생긴 것 같다. 아까부터 알 수 없는 괴성과 비명만 내지르고 계신다. 급기야 권총을 품고 어딘가로 달아나신다.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이 너무 낯설다. 교복제도가 폐지된다는 방송을 보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 와중에 공장 아줌마들과 아저씨들은 성급히 짐을 챙기고 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울고 웃은 동료 직원들인데. 오늘 아침까지 고리대금업자들에게 행패를 당한 아줌마도 있다. 공장이 아수라장이 된 마당에도 나는 일단 아줌마의 손을 붙잡았다. 고리대금업자들의 협박에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공장 노동자가 이제 와서 어딜 간다는 말인가. 나는 없는 정신에도 힘껏 힘을 내서 외쳤다. 자유를 찾더라도 여기서 찾아야하는 것 아니냐고. 공장의 위기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떠나는 공장 직원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말려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눈초리뿐이다.

할아버지가 어느새 방문을 잠그고 들어가셨다. 할아버지의 외침이 들린다. “공장 에는 기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기계만 보는 걸까. 사람이 없으면 모든 것이 멈추는데.” 나는 할아버지의 이런 말과 갑작스런 행동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문을 두드리며 할아버지를 애타게 불러보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

“새로운 기계를 찾자. 아, 나의 첫 친구들, 첫 직원들.” 할아버지의 낮고 어두운 중얼거림이 울린다. 나는 그저 직원들이 떠난 텅 빈 공간을 멍하니 바라본다. 반복되는 일상과 되풀이되는 노동으로 기계화된 인간들. 상실된 인간성. 할아버지가 지금 느끼는 고통이 바로 이런 것일까. 소란스럽던 기계 소음이 멈추자 드문드문 오고갔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아련해진다. 그 순간 ‘탕’하고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공장의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은 순간이다. 멈춘 것은 기계인 것일까 사람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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