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보장받지 못한 공개 선거
비밀을 보장받지 못한 공개 선거
  • 한대신문
  • 승인 2012.11.27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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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ERICA캠퍼스 투표기간에 언정대 투표함 윗 부분이 뚫려 있어 이층 로비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뽑는지 다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본지는 위와 같은 사실을 그 즉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하 중선관위원장)에게 전했지만 “언정대의 표는 유효표 처리됐다”는 결론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유권자의 표 행사를 타인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선거의 4대 원칙인 ‘비밀선거’에 위배된다.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선관위원장은 “이미 많은 학생들이 투표해서 이 모든 표를 무효표로 처리 할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계속되는 문제제기에 긴급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열렸다. 약 20여 분간의 짧은 회의 결과 언정대의 표는 모두 유효표로 처리됐다. 투표를 ‘할’ 권리와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언정대 표 처리에 있어 중선관위의 태도는 보는 사람을 경악케 했다. 계속되는 본지의 문제제기에 대해 진중한 태도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물고 늘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회의적이었다. 회의가 진행된 당시 투표율 54%로 간신히 개표가 성사됐었다. 만약 언정대의 표를 모두 무효로 처리한다면 연장투표가 진행될 것이 뻔했다. 이에 번거로운 일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중선관위는 원칙을 무시한 결론을 내렸다. 이는 학교의 세칙뿐 아니라 투표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는 것이다. 투표함의 모든 벽면을 가리는 이유는 유권자들의 표를 지켜주기 위함이다. 만약 대선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우리학교 중선관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당연히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의 원칙을 위반된 표 모두를 무효표로 처리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부랴부랴 투표소를 옮기긴 했지만 몇 백명의 학생들의 표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는 아무 소용 없는 대처였다. 이렇게 졸속으로 선거가 진행 된 후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 보장을 위해 표 처리 방법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그 여파는 누가 감당할 것이란 말인가. 중선관위는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위와 같은 선택을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된다. 또 중선관위와 단대선거관리위원회는 자신들의 미숙한 처리 과정에 대해 사과문을 붙여 내년 선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례를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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