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재현된 우주의 근원, 대형강입자충돌기
지구상에 재현된 우주의 근원, 대형강입자충돌기
  • 금혜지 수습기자
  • 승인 2012.11.25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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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입자’를 찾아내기 위한 기술의 집약체
▲ LHC의 관측지점 중 하나인 CMS의 모습
우리가 눈앞의 사과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사과에 충돌한 빛을 시신경이 인지했기 때문이다. 물체는 빛과 사물의 충돌이 있으면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과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는 시각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 이러한 원자 단위 이하의 세계를 관측할 때는 빛과의 충돌이 아닌 입자끼리의 충돌이 필요하다. 강한 핵력으로 뭉쳐진 입자들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뭉쳐진 힘 보다 더 강한 충돌이 주어져야 한다. 이 강한 충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 있는 기계,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rdon Collider, 이하 LHC)다.

가장 작은 단위의 세계를 관측하는 LHC는 역설적이게도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걸쳐있는 거대한 원형 터널이다. 지름 3미터, 길이 27km의 크기로 지하 50m에서 150m정도 되는 깊이에 건설돼있다. LHC는 유럽공동원자핵연구소(이하 CERN)에 의해 관리되며 CERN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있는 수십만대의 컴퓨터가 연결돼 있다. 따라서 정식 가동이 시작된 2008년부터 대한민국을 포함해 80개 국가의 7천여 명의 과학자들이 LHC를 통해 물리 현상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LHC의 거대한 콘크리트 터널 내부에는 두 개의 파이프가 나란히 지나고 있다. 각각의 파이프에 양성자를 반대 방향으로 쏘아 빛의 속도까지 속도를 높혀 충돌시킨다. 50MeV(1MeV=1.60217646×10 -13 J)의 에너지양으로 투입된 양성자는 여러 단계를 거쳐 7TeV(1TeV=1.60217646×10 -7J)까지 가속되고, 이 상태에서 메인 링으로 진입한 양성자는 10시간에서 24시간 동안 궤도를 회전한다. 이때 1초에 27km를 1100번 회전할 수 있을 만큼의 속도가 붙는다. 이 속도로 각각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던 양성자가 서로 충돌할 때는 14TeV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양성자들은 ATLAS, CMS, ALICE, LHCb 등 6개의 관측지점에서 충돌하게 된다. 입자가 충돌하는 지점에서는 태양 내부의 10억 배에 달하는 고온, 즉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에너지로 인해 충돌한 양성자의 모습에서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힉스 입자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거대한 크기의 LHC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이전에 없던 공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양성자 빔이 파이프 내에서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려면 총 1천 600여 개의 초전도 자석이 필요하다. 이 자석을 우주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서 무려 96톤 이상의 액체 헬륨이 사용된다. 또 LHC를 가동할 때 자석에는 10GJ의 에너지가 저장되고 빔에는 725MJ의 에너지가 실린다. 만약 빔이 초전도 자석에 흡수된다면, 빔은 과충전된 에너지를 내놓게 되고 다량의 폭발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거쳐 실험을 반복했고, 2010년부터 LHC를 관리하는 기술이 안정돼 힉스 입자의 발견에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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