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정책, 「죽음의 트라이앵글」?
2008 대입정책, 「죽음의 트라이앵글」?
  • 양영준 수습기자
  • 승인 2006.04.02
  • 호수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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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수능·논술 삼박자 학생 숨통 조여
일러스트 송예나
지난 3월 18일 청와대 인터넷 게시판에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자 불명의 이 동영상은 ‘누가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갗라는 부제를 달고 수능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학생들의 연이은 뉴스 보도로 시작한다.

동영상은 사교육비 절감을 요구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내신 비율이 대폭 증가된 2008 대입 정책을 내놓은 정부와 학생들의 참여를 원하는 교사, 생계를 책임지라는 학원, 그리고 높은 수준의 학생들을 받고 싶다며 고난이도의 논술 고사 시행안을 내놓은 대학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정부·교사·학원·대학 간의 이해관계를 따진 2008 대입 정책은 내신·수능·논술의 삼박자가 균형을 이루어 학생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실제로 각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입 정책은 학생들을 숨막히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논술·면접이 당락 가른다’, ‘내신 상대평가 첫 적용 고1년생 더 심화’, ‘수능 점수폐지 내신 위주 선발’ 등의 기사 제목들은 현 2008 대입 정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8 대입 정책은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대입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반영 비중을 높이고, 대학 수학능력 시험의 비중을 낮춰 대학 입학 때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한 내용을 중시하려는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즉 내신은 강화됐지만 그렇다고 수능이 폐지되지도 않았다. 또 서울대를 위시한 주요 대학들은 내신을 믿지 못하겠다며 논술고사를 강화했다. 동영상은 본고사만 잘 보면 됐던 시대와 수능만 잘 보면 됐던 시대, 그리고 내신만 잘 보면 됐던 시대를 아우르는 대입 정책의 탄생이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과 비판들 사이에서 참된 교육이 실현되고 있느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교육의 목적인 자아실현이 대입 공부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2008 대입 정책에 맞춰 공부한 학생들이 이전 세대들보다 나은 감성과 지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예측조차 없다.

이런 우리나라 중등 교육의 문제는 프랑스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확연히 다르다. 프랑스는 고교 2학년부터 인문, 경제 및 사회, 자연과학 중 한 분야를 선택해 해당 분야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이하 바깔로레아)를 준비한다.

바깔로레아는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자격시험으로서 이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은 성적과 무관하게 일반대학에 등록할 수 있다. 문과계 바깔로레아는 외국어-외국문학·고전어-고전문학·문학-예술·문학-수학 중 하나를 바깔로레아 전공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고, 경제 및 사회계열 바깔로레아는 경제-언어·경제-사회과학·경제-수학 중 하나를 바깔로레아 전공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다. 또 과학계 바깔로레아는 과학-수학·과학-물리학-화학·과학-생명 지구과학 중 하나를 바깔로레아 전공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다.

시험문제도 흥미롭다. 지난 해 인문학 문제의 경우 ‘감각을 믿을 수 있는갗라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과학 문제의 경우 ‘무의식에 대한 과학은 가능한갗라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한 학생들과 단순암기식의 수험공부를 한 학생 간의 차이는 두드러진다.

현재 참여정부는 교육 양극화 해소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면 죽음의 트라이앵글 동영상이 부르짖는 뼈아픈 비판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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