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에 판타스틱함을 더하다
우리 소리에 판타스틱함을 더하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2.11.24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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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뮤지컬의 만남, 코믹 뮤직쇼「Fanta-Stick」

▲ 극 중 현악가문의 여자 '음률'이 하늘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국악-힙합, 국악-재즈 등의 퓨전 공연들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Fanta-Stick」은 기존 국악 퓨전 공연과는 조금 다르다. 국악에 서양 음악극인 뮤지컬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Fanta-Stick」의 배우들은 국악기를 연주하면서 연기도 한다. 연주와 연기를 병행한다고 해서 배우들이 연주 실력이 떨어지거나 어색한 연기를 펼치는 것도 아니다.

판소리처럼 소리꾼과 고수가 먼저 등장한다. 소리꾼은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공연 에티켓을 노래하고 관객석에서는 독특한 공연 안내에 웃음이 터뜨린다. 소리꾼과 고수의 익살맞은 안내가 끝나고 무대는 어두워진다.

「Fanta-Stick」에는 현악가문과 타악가문이 등장하는데 하늘은 이들에게 각각 ‘하늘 대금’과 ‘하늘의 북’을 내린다. 현악가문의 여자 ‘음률’은 타악가문의 남자 ‘세마치’를 사랑하지만 세마치는 하늘의 북 연주에 심취한 나머지 음률의 마음을 몰라준다. 음률은 결국 세마치의 하늘의 북을 찢는다. 하지만 하늘의 북을 찢은 죄로 현악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귀신이 되고 하늘 대금을 빼앗기는 벌을 받게 된다. 현악가문의 귀신들이 다시 인간이 되려면 하늘에게 ‘판타스틱’한 공연을 선보여야만 한다. 현악가문의 귀신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무대는 현악 국악기 특성상 구슬프고 가녀린 음악을 선보이던 현악가문에서 신나는 타악기로 가득한 타악가문으로 배경이 바뀐다. 그들은 가락에 맞춰 무엇이든 치고 두드린다. 타악가문의 사람들은 일본인 관객을 무대로 올려 같이 장단을 치기도 한다. ‘판’이 아닌 무대에서 국악을 연주하면 관객과의 소통이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이 때 타악가문의 사람들은 구석에서 빛나고 있는 하늘 대금을 발견한다. 그들은 그것이 현악가문의 하늘 대금임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새로운 악기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더욱 신나 현란하게 연주를 한다. 현악가문의 귀신들은 하늘 대금을 연주하는 타악가문을 보고 하늘을 만족시킬 공연에는 하늘 대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하늘 대금을 훔치기로 한다.

타악가문은 하늘 대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현악 가문의 침입에 맞선다. 타악가문은 북을 빠르게 치면서, 현악가문은 붉은 부채를 이용해 위협적인 부채춤을 추면서 서로를 견제한다. 현악가문은 결국 하늘 대금을 훔치고 음률이 이것을 연주하지만 하늘은 만족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마치의 마음은 움직인다. 음률과 세마치의 사랑에 현악가문과 타악가문의 얼음같이 차가운 관계도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결국 두 가문은 화해하고 합동 연주를 선보인다. 가녀리고 여린 현악 연주에 힘찬 타악 연주가 더해져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공연이 탄생한다. 하늘은 이들의 합동 연주로 노여움을 풀고 현악가문의 귀신들을 다시 인간으로 바꾼다. 음률과 세마치가 결혼식을 치르면서 공연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Fanta-Stick」은 뮤지컬의 형식을 차용하지만 배우들은 대사 없이 국악연주와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때문에 외국인 관객들 또한 이해하기가 쉽다. 「Fanta-Stick」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국악과 다른 장르 간의 퓨전이 아닌 기존의 전통국악에 새로운 공연 형식을 도입한 것으로 퓨전국악의 새로운 길을 연 공연이었다.                   

사진 출저: 판타스틱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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