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신문의 다음 요리를 기대한다
한대신문의 다음 요리를 기대한다
  • 김나영<정책대 정책학과 10> 위원
  • 승인 2012.11.21
  • 호수 13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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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제가 참이라고 하자. 그 명제의 역은? 참일 수도 있지만 거짓일 수도 있다. 가령,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좋은 재료가 좋은 요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번 주 한대신문이 그 전형을 보여줬다.

소재는 참 좋았다. 우리 학생들의 관심사에 대해 한대신문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4면에서는 ‘수업일수 15주 단축’을 이야기했다. 이 제도는 한양인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사안이다. 학기가 저물어가면서 다들 느낀 바와 다음 학기에 바라는 바가 있을 것이기에 시의 적절했다.

학술면에서 과학적으로 풀어낸 ‘키’와 ‘임신 테스트기’ 또한 충분히 대학생의 흥미를 끌 소재였다. 문화면도 재미있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웹툰’이 대학생과 한층 밀착된 오락거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12면 왕십리 패션위크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패션을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학이 저마다 국제화를 표방하면서 캠퍼스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가 아니었는가. 대다수가 외국인 유학생을 ‘우리’가 아닌 ‘타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번 한대신문 덕분에 ‘우리’는 국적을 불문하고 ‘같은’ 한양인임을 새삼 상기했다. 앞으로도 한대신문이 대학언론으로써 ‘해야 할 말’과 독자가 ‘듣고 싶은 말’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길 바란다.   

소재는 좋았지만, 아니, 소재가 좋았기에 더 아쉬운 한 주였다. 무엇보다 읽기가 힘들었다. 기사가 복문 투성이였다. 문장에 군더더기도 많았다. 생선을 먹다 가시에 걸리듯 기사를 읽다 자꾸만 턱턱 걸렸다. ‘것이다’라는 어미는 왜 이렇게 많은지.

한대신문은 한양인과 학내 사건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한양대 주체인 학생, 교수, 교직원을 대변함으로써 소통을 매개하기도 한다. 한대신문이 무슨 사안을 어떻게 조명하는가에 따라 한양인의 관심과 의지, 소통 여부가 달라진다. 한대신문이 읽기 힘들어지면 조명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우려하는 대목이자 한대신문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금주 머리기사를 보자. 한대신문은 요즘 가장 큰 화두인 ‘총학 선거’를 다뤘다. 그런데 핵심을 간파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왜 선거에 출마했는지, 선본명은 왜 inside인지, 상징색은 왜 파란색인지가 아니다. 우리는 각 후보가 지향하는 학교상이 무엇인지, 핵심 정책은 무엇인지,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내게 끼치는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궁금하다. 차라리 두 후보의 이념·정책적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표로 정리하는 게 어땠을까. 총학 선거는 항상 투표율이 낮아서 문제다. 한대신문은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결과적으로 참여를 도모하도록 고심했어야 했다. 

한대신문은 한양인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게다가 한대신문의 운영비는 재학생의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기사를 써주길 바란다. 채찍이 한대신문을 성장케 하리라 믿는다. 한대신문이 제기한 문제에 학교가 주목하고 수용하길 바라듯, 한대신문도 독자위원의 비평에 적극적으로 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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