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도래와 함께 꿈꿨던 새로운 세상
봄의 도래와 함께 꿈꿨던 새로운 세상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11.17
  • 호수 13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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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 봄의 도래를 축복하며 기뻐하고 있다.
15세기 유럽 대륙에 불어온 르네상스의 바람. 재생과 부흥을 뜻하는 르네상스는 유럽 미술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고전미술의 주 소재였던 신화가 다시 작품의 주제로 등장하고 부드러운 명암과 3차원적 형태가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는 이런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계를 이끈 대표적인 화가다.

「프리마베라」는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다. 이정순<생활대 의류학과> 교수는 “「프리마베라」는 신화적인 요소와 종교적인 요소를 융합한 보티첼리의 걸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화적 요소를 통해「프리마베라」가 표현하고 있는 것은 봄의 기운이다. 우거진 나무, 금빛 열매, 만개한 꽃. 프리마베라는 우리말로 봄을 뜻한다. 이 교수는 “시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며 바라보면 겨울에서 봄으로 전환되는 계절의 진행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 중앙의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풍요의 여신 ‘비너스’다. 비너스의 머리 위로 누군가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이는 사랑의 신 ‘큐피드’다. 비너스의 왼쪽에는 순결, 사랑,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세 명의 여신이 봄의 도래를 축하하며 춤을 추고 있다. 이들의 왼쪽에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하늘의 구름을 막고 있다. 그림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두 여인은 봄의 요정 ‘클로리스’와 꽃의 여신 ‘플로라’다. 이들 위에서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제피로스가 봄의 기운을 불어넣으면 완연한 봄이 찾아오게 된다는 뜻이다.

한편 비너스의 뒤로 나뭇가지들이 형성한 독특한 모양에 대한 재미있는 논란이 있다. 나뭇가지들이 이룬 한 쌍의 원추형이 인간의 허파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완전 대칭이 아닌 불완전 대칭이라는 점마저 인간의 허파를 빼닮았다. 이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와도 잘 어우러진다. 제피로스가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이라면 허파는 공기를 들이쉬고 내뱉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보티첼리가 그림에 이런 요소를 숨겨 놓은 것은 보티첼리를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메디치가는 당시 이탈리아의 교황 세력에 맞서 새로운 정권의 획득을 노리던 가문이었다. 논문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프리마베라(Primavera)」에 의하면 메디치가의 새로운 수장으로 20살의 청년이 선발되자, 메디치 가문은 자신들이 후원하는 화가인 보티첼리에게 이를 위한 그림 한 점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헤르메스가 차고 있는 칼의 모양이 메디치가의 문양 일부라는 것이 제시됐다. 즉 그림 속 허파 모양은 정치적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던 메디치 가문의 정치적 의도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메디치가의 화가였던 보티첼리는 메디치가를 위해 이 외에도 「성모자의 여섯 천사」,「동방박사들의 경배」 등 다수 작품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 논문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프리마베라(Primavera)」,
「메디치家의 미술후원과 정치적인 목적」,
 TV 프로그램 「명작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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