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한국으로 가자
‘기업사냥꾼’, 한국으로 가자
  • 성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6.04.02
  • 호수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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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자생력 키우기 위한 방법 놓고 논쟁일어

지난 1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가를 조작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단속의 대상이지만 소문 하나로 기업의 가치를 조절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바로 ‘기업사냥꾼’들에게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1980년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들었다 놨다 한 칼 아이칸이 대표적인 기업사냥꾼이다. 기업사냥꾼이란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 다음 회사 전체를 매각해버리는 적대적 M&A를 행하는 자본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상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을 비롯해 커크 커코리언 등 세계적인 기업사냥꾼들은 1990년대 들어 그 활동이 크게 축소됐다. 주 활동 무대인 미국 내에서 적대적 M&A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나 미국정부가 각종 규제를 걸어버린 것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기업사냥꾼들은 우호적 M&A에 나서 인식개선에 나섰고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IMF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세계적인 우량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나라도 그 표적 중에 하나다.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최근 KT&G에 대한 칼 아이칸의 공격,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철강업계 세계 4위의 포스코에 이르기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고 있다.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경영권보호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기술력개발보다는 지분확보와 주주관리에 힘을 쏟게 된다. 실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묶여 계열사간 경영권보호를 하지 못한 모 대기업의 경우 한 해 매출액 10조원중 5조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기업의 장기발전을 위한 기술력개발은 고사하고 고용을 늘리지 못하는 경제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규제를 통해 국내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해 대기업의 계열사끼리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정액 이상을 매수하면 그 초과한 금액만큼 공개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를 겪은 기업들은 모두 국내에서 손꼽히는 우량기업들이다.

돈이 목적인 외국계 투기자본들은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우량주들이 주 공격대상이기 때문에 굳이 모든 기업을 보호하는 규제망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규제들을 더 많이 만들게 되면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자생력이 떨어져 자유경쟁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우리학교 이상빈<경영대·경영>교수는 “외국계 자본과 국내기업에 동등한 기회를 주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전력이나 항만 사업 같은 국가기간사업에 한해서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주거래처나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MF 이후 국내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계속해 현재 일부기업들은 40%에서 80%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150%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 낮은 수치다.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 기업에 우호적인 금융회사의 자본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규제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반면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만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국내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만 규제를 두자는 절충안에 대해 규제 때문에 자생력이 약해진다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 1분기, 세계적으로 적대적 M&A가 급증해 인수합병은 총 38건, 금액으로는 2천3백40억에 이르고 있다. 이는 사상 두 번째 규모로 아직 우리나라는 전초전에 불과함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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