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수업일수 15주 단축과 저항, 그 이후의 이야기
[기획취재] 수업일수 15주 단축과 저항, 그 이후의 이야기
  • 박정우 기자
  • 승인 2012.11.15
  • 호수 1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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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없는 일방적 정책에 학생들의 불만은 속출해 학교 측, “의견 반영 후 변경의 여지 있다”

올해 우리학교 정규학기의 수업일수는 16주였던 작년과 달리 1, 2학기 모두 각각 15주로 진행됐다. 수업일수가 15주로 단축되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 총투표를 진행하는 등 많은 논란도 있었다. 이에 정규 2학기의 절반이 지난 지금, 15주로 축소된 수업일수에 대해 △학생, 교수, 학교 측의 의견 △그간 있었던 논의들 △수업일수 변화에 관한 전망을 알아봤다.

수업일수 변경 논란, 어떤 논의가 있었나
학교 측은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수업일수를 15주로 단축한 목적을 ‘학생들 사이에서 다중전공을 활성화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학교에선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다중전공을 통한 융복합 인재’를 내놓은 것이다.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많은 다중전공 학생들은 학점을 채우기 위해 대부분 계절학기를 이용한다. 수업일정을 15주로 단축하면 계절학기 기간이 늘어 기존에 6학점만을 수강할 수 있었던 것에서 5주 동안 9학점을 수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 측은 이렇게 계절학기에 이수 가능한 학점이 늘어나면 학생들이 4년 안에 다중전공을 이수하기 유리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겨울방학 동안 학교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발표된 15주 수업일수 단축 결정에 대해 중앙특별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반발이 있었다. 중운위가 수업일수 15주 단축에 반대한 이유로는 △수업일수 변경이라는 큰 결정에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는 점 △갑작스런 변화로 학생과 교수가 혼란을 보여 수업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 등이 있었다. 올해 초 중운위 의장이었던 서상진<사회대 사회학과 07> 군은 “학교 측에선 수업일수 변동 사항에 대해 학생들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중운위 측은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지난 2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총투표를 발의, 2월 27일과 28일 양일간 학생 총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수업일수 단축에 대한 반대 의견이 74.78%로 과반을 훨씬 넘었다. 이 같은 학생들의 반발에도 학교 측은 계절학기를 통해 다중전공을 이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수업일수의 축소는 불가피하며 실제 수업일수의 결손이 없도록 14주로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당선된 이후에도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 이어졌고, 총학은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수업일수복원촉구 기자회견’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편 올해 초 총학은 수업일수 15주 단축과 등록금 인하가 관련돼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총학 측은 “학교가 등록금 인하와 수업일수 단축을 바꿔치기하는 꼼수를 썼다”고 주장했고, 학교는 “등록금을 인하하기 위해 수업일수를 단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총학 측은 “임덕호 총장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등록금 인하와 수업일수 단축은 연관이 없음을 확인했으며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교수와 학생들의 예상된 혼란
기존에 16주였던 수업일수 중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인 2주를 제외하면 실제 수업일수는 14주였다. 올해 초 학교는 학기당 수업일수를 15주로 줄여도 중간고사 기간의 수업 진행 여부를 교수 재량에 맡겨 시험기간을 조정하도록 함으로써 실질 수업일수는 14주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규 2학기의 반이 지난 지금, 학생과 교수의 혼란에 따른 불만들은 여전했다. 중간고사 기간의 수업 결손과 그에 따른 보강이 교수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는 “공부의 분량은 그대로인데 실제로 수업하는 일수는 오히려 한 주 줄어 교수님과 학생들 모두 학기 내내 고생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 30주 이상을 유지하도록 법으로 지정돼 있다. 때문에 한 학기에 15주로 수업일수가 줄어든 지금 공휴일이 겹쳐 수업일수에 결손이 생기면 교수는 필수적으로 보강을 해야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의 시간을 맞춰 보강하기는 쉽지 않으며 보강하기로 한 날에 다른 일정이 있는 학생은 수업을 듣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논의의 진행과 앞으로의 전망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수업일수 복귀에 대한 학교의 입장은 여전히 유보적이다. 학교로선 이런 불만이 대부분의 학생들로부터 발생하는 것인지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유성호<교무부> 부처장은 “지금으로선 학생들의 전반적인 반응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확신 할 수 없다”며 “때문에 내년 초에 15주로 축소된 수업일수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일정 조정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시작됐던 올해 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당장 내년 2학기부터 16주로 복귀될 가능성도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5일 진행됐던 ‘총장님과 함께하는 똑똑(Talk-talk) 콘서트’에서 임 총장은 “수업일수 단축은 다중전공을 위한 일이기에 16주로의 수업일수 복귀는 2년 정도 성과를 지켜볼 문제”라고 말해 2년 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총학은 지난 6월 7일 ‘수업일수복원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수업일수 감축으로 인해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는 점을 전했다. 그 결과 임 총장과의 면담이 성사됐고 이것을 통해 학생 대표 5인과 교수 대표 5명으로 이루어진 10인 위원회가 구성됐다. 이에 총학생회장 강경루<인문대 국어국문학과 09> 군은 “총장을 비롯한 학교 측과의 합의로 만들어진 무게감 있는 위원회인 만큼 16주 수업일수 환원과 관련된 긍정적 논의들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처장은 “아직 많은 대화가 오고간 게 아니지만 이 10인 위원회의 활동으로 내년에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내년에 진행될 조사에서 15주 수업일수 단축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면 몇몇 문제점만을 보완할 것이고, 이전 총투표 결과처럼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라면 16주로 환원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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