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호르몬으로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성호르몬에는 임신과 같은 특정 기간에만 분비되는 ‘성특이 호르몬’이 있다. 여성의 임신기간에만 분비되는 ‘HCG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 Hormone, 융모성선자극호르몬)’과 ‘HPL(태반락토젠)’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HCG호르몬은 임신테스트기로 임신을 판정하는 데 유용하다.

HCG호르몬은 태아가 모체(母體)로부터 산소 및 영양분을 공급받는 통로인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가리킨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배아는 세포들이 장기로 분화하면서 수란관을 따라 이동해 최종적으로 자궁에 도달한다. 자궁에서는 수정란이 자궁내벽에 붙는 착상이 일어난다. 수정란은 착상이 일어난 뒤에 세포 분화를 멈추고 장기가 커지는 태아기에 돌입한다. 수정란이 더 이상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접합체(zygote), 즉 배아가 아닌 태아로 불리는 것이다. 이후 태아는 임신기간 동안 태반을 통해 모체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물질교환을 받아 성장해나간다. 태아가 출산될 때까지 태반에서는 HCG호르몬이 계속 분비돼 혈액과 소변 속에서 검출된다.

임신테스트기는 소변 속의 HCG호르몬으로 임신 여부를 가려내는데 이 때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다. 항원과 항체는 각각 서로에게만 반응하는 특이적 화합물로, HCG호르몬을 항원으로 인식하는 항체에 발색을 하고 이를 임신테스트기에 붙이면 HCG호르몬을 인식해 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소변을 테스트기에 묻히면 임신일 경우는 색이 두 줄로 나타나는 양성, 아닐 경우는 한 줄인 음성으로 판정한다. 정확도도 무려 95% 이상이다.

그러나 임신테스트기는 간혹 임신임에도 음성으로 판단하거나 임신이 아닌데도 양성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임신임에도 음성으로 판단하는 경우로는 대표적으로 자궁외 임신이 있다. 이 경우 불완전한 태반이 형성되기 때문에 검출되는 HCG호르몬의 농도가 낮아 테스트기는 임신을 임신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또 임신 15주 후에 테스트기를 사용할 경우도 음성으로 진단된다. 15주 후부터는 HCG호르몬의 농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임신테스트기가 임신 여부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임신이 아닌데도 양성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난소에 혹, 종양이 있거나 배란유도제를 사용했을 때다. 또 임신 초기에 자연유산이 된 경우도 유산 후에 수 주간 HCG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임신테스트기에 양성으로 반응하게 된다. 황정혜<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테스트기는 임신 여부를 보조적으로 진단하는 제품”이라며 “결과가 의심스러울 경우 전문의와 상의해 임신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