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 표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대학언론 표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 한대신문
  • 승인 2012.11.05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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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희대 학보사 ‘대학주보’의 편집장 칼럼이 중앙일보의 대학생 칼럼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해당 칼럼의 표절 정도는 원본의 칼럼에서 제목과 내용 대부분을 그대로 옮긴 수준이라 낯 뜨거울 정도였다. 지금 해당 편집장은 경질되고 ‘대학주보’ 내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기자 윤리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명 이번 ‘대학주보 표절 사태’는 해당 편집장과 대학언론의 진실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비단 관련자에 대한 비난에서 그칠만한 사안이 아니다. 다른 대학구성원들에게도 한 번쯤 숙고해 볼만한 다양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우선 이번 사태는 대학언론 종사자들이 대학언론의 본질과 언론윤리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기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대학주보」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언론 역시 ‘대학문화에 대해 논의하는 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대학언론이 다루는 범위가 학내와 대학사회로 한정돼 있고 기자들이 미성숙한 학생 신분임에도, 각자가 언론인이라는 책임감으로 대학언론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원칙은 변함이 없음을 뼈저리게 보여줬다.

대학본부에 시사하는 점도 있다. 「대학주보」는 6명의 기자가 8면의 신문을 매주 제작하고 있다. 거기에 한 달에 한 번씩 잡지를 발간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제작환경은 턱없이 열악하다. 부족한 인력과 마감의 압박이 해당 학생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데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다. 물론 이런 이유로 표절이 합리화될 수는 없겠지만, 대학본부에서도 이 사태를 계기로 대학언론의 환경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학생 기자들이 기사에 대해 좀 더 고민할 만한 복지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가를 점검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일반 학생들은 대학언론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일반 학생의 제보로 표절사실이 밝혀졌다는 점은 학생들이 대학언론을 꾸준히 지켜봐야 할 이유를 반증한다. 학생들이 대학언론을 꼼꼼히 읽지 않을 것이라는 기자의 안일한 생각이 일부분 표절을 결심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이번 표절 사태는 구술로만 떠돌던 ‘대학 언론의 위기’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역으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언론 종사자들과 대학본부, 일반 학생들이 대학언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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