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속 처용설화 파헤치기
삼국유사 속 처용설화 파헤치기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2.10.06
  • 호수 1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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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의 인터뷰

처용설화에서 처용은 자신의 아내와 역신의 불륜에 처용가를 부르며 춤을 춘다. 처용무의 바탕이 되는 처용설화에 대해 이승수<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불륜을 소재로 한 처용설화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처용 문화제를 없애자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 있다. 「이두용 감독의 처용무」도 역신과 아내의 불륜에 초점을 맞춰 얘기를 진행해 나간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설화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위험하다. 처용설화 역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용의 아내와 역신이 불륜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내가 전염병에 걸린 사실을 역신과 아내의 불륜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Q. 아내가 단순히 질병에 걸린 것이라면 처용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당시 사람들은 전염병이나 자연재해의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초자연적인 것에 기대려는 태도를 취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태풍이 불어올 때 미리 예측하고 태풍이 불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지만 옛날에는 태풍이 불면 태풍을 관장하는 신을 달래기 위해 제의나 굿을 했다. 제의와 굿은 신을 접대하는 행사이며 여기에는 술, 음식, 춤, 노래가 동원된다. 처용가 역시 역신을 달래기 위한 노래며 처용무는 아내가 병이 나을 수 있도록 비는 행위로 일종의 샤머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Q. 처용설화와 고대 페르시아의 서사시 ‘쿠쉬나메’는 서사구조가 비슷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문화권에서 비슷한 설화가 등장하는 이유는 나라 간 접촉과 이동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교역을 하는 과정에서 얘깃거리도 함께 전해져 비슷한 설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처용설화와 쿠쉬나메가 비슷한 것도 신라와 고대 페르시아의 접촉의 결과다. 신라 고분에서 페르시아의 그릇이나 유리제품이 출토된 것도 교류의 증거로 볼 수 있다.

Q. 처용무에 쓰이는 처용탈은 신라시대 때의 모습으로 온전히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처용탈의 모양을 살펴보면 한국인의 얼굴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용탈의 모양이 코가 크고 얼굴색이 불그스름한 것으로 보아 처용은 한국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처용은 국제교류가 활발하던 때 실제로 해상을 통해 온 페르시아인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처용이 실존인물이 아니라 당나라의 예술 사조의 영향으로 신라 문학에 나타난 가상의 외국인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 당시 서역과 인도의 예술에 영향을 받은 당나라의 사조가 신라에 전해져 문예 사조로까지 발전해 그 결과 신라의 문학에 외국인들이 등장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설화는 풀이에 따라 여러 견해가 있기 때문에 처용이 누군지 밝혀내는 데 주목하기 보다는 그 당시 신라 사람들의 풍속을 살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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