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안에서 학생들을 압박하는 ‘불편한 견해’들
강의실 안에서 학생들을 압박하는 ‘불편한 견해’들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09.22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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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으로서 수업을 듣다보면 정치적인 이야기들 때문에 불쾌한 때가 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려 하는 교수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해당 수업이 정치 관련 수업인지 아닌지가 문제는 아니다. 보수인지 진보인지도 중요치 않다. 불충분한, 또는 받아들이기 힘든 설명과 함께 “이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 문제다. 학생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기간에 모 교수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자신과 같이 교수 생활을 한 적 있는 교수가 이번 총선에 출마했으니 지방에 있는 해당 지역구의 학생들이 있다면 그 후보를 뽑도록 하고 심지어 그곳에 사는 친구가 있다면 그를 설득하라는 말을 전했다. 함께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그저 웃어 넘겼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본 기자 혼자만이 아니었으리라. 이와 같은 1차원적인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수 나름대로 이를 설명하려 하나 여전히 공감 못할 ‘당위적’인 이야기를 ‘권위적’으로 강조하는 경우다. 아마 십중팔구 학생들은 교수가 본래 의도했던 바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반감만 가지게 됐을 것이다.

정치적 주관은 한순간에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 주관이 생기고 그것이 표심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양한 정보와 그에 대한 판단 과정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지적한 교수의 ‘일방적인 주입’, ‘무턱대고 하는 권유’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실제로 문제가 됐던 상황을 보자. 가천대 총여학생회는 박근혜 후보를 초청해 ‘한국사회에서 여성 지도자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로 특강을 주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출결 인정을 빌미로 학생들을 강제 동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내외적으로 고역을 치렀다. 특강을 주최한 총여학생회 측은 강제 동원이 아니라 특강에 참석하고 싶은 학생에 한해 출석을 인정해줄 것을 학교 측에 요청했다고 하고 학교 측은 이전까지 교내에서 있어왔던 특강 관련 출결 인정 절차에 따라 이를 수용했을 뿐이라 한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결국 문제의 원인은 이를 강제했던 일부 교수에게로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수업 대신 특강에 가야 출석이 인정된다고 전했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판단된다. 가천대의 캠퍼스 중 인천에 있는 가천캠퍼스 학생이 성남에 있는 경원캠퍼스까지 가서 한 정치인의 ‘여성 지도자로서의 삶’ 이야기를 들어야 출석이 인정되는, 그야말로 해괴한 이야기가 해당 교수의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벌어진 것이다.

본 기자는 교수의 정치적, 아니 좀 더 포괄적으로 ‘사회적’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다. 대학 교수는 인정받은 전문가로서 엄연한 사회의 지식적 지도층이다. 이들의 활발한 사회 참여는 더 나은 사회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질 좋은 성장의 모범 답안을 제공해줄 것이다. 중국은 1970년대 문화대혁명을 통해 수많은 지식인들을 숙청해냈다. 이로 인해 여전히 입에 재갈을 문, 또는 재갈이 물린 현대 중국의 지식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사회는 우리가 보기에 어떤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와 같이 ‘지식인’ 교수들이 섣부른 생각과 태도로 학생들에게 주관적 생각을 ‘설명’이 아닌 ‘주입’ 또는 ‘권유’하는 것에는 각별한 주의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강의실 안에서 자신들을 억누르고 있는 ‘불편한 견해’에 대한 학생들의 주체적 판단 또한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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