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용’하겠습니다, 가격은 얼마입니까?
돈을 ‘사용’하겠습니다, 가격은 얼마입니까?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09.22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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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돈의 가격을 결정한다

혜윤이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주말마다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최근에는 주중에 과외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지만 평균 4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결국 한양은행에서 돈을 대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 7% 이자율’이라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위의 사례는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모습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을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한다.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일종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이 ‘대가’가 바로 이자다. 금융 칼럼니스트 김의경<한국투자관리> 이사는 저서 「금리를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에서 이자를 ‘돈의 사용료’라고 정의했다.

유진<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이자율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며 “돈을 빌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자율은 높아진다”고 전했다. 반대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자율이 낮아진다. 다시 말해 자금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이자율이 높아지고 자금 공급이 증가하면 이자율이 낮아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돈의 사용료’를 똑같이 지불할까? 사람마다 필요한 돈과 빌리는 돈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똑같을 수는 없다. 이 사용료를 정할 때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원금에 대한 이자의 비율, ‘이자율(또는 금리)’이다. 이자율은 ‘무위험수익률’과 ‘위험프리미엄’으로 구성돼 있다. 대출자(돈을 빌려주는 사람, lender)는 차입자(돈을 빌리는 사람, borrower)에게 돈을 빌려줄 때 자신이 현재 소비를 포기한 대가, 즉 기회비용으로 ‘인센티브’를 요구한다. 여기서 요구하는 ‘인센티브’가 바로 무위험수익률이다. 이때 차입자가 신용불량자라면 대출자는 차입자가 상환을 이행하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무위험수익률에 더해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 ‘추가적 대가’를 위험프리미엄이라 한다.

이자율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들
이자율은 동일한 만기를 가진 채권이라도 △채무불이행 위험 △채권의 유동성 △채권의 이자 지불에 대한 소득세 부과 여부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다.

또 이자율은 채권의 만기에 따라서 결정되기도 한다. 이자율 결정이론은 동일한 만기를 가진 채권들의 이자율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 왜 다르게 결정되는 지를 다룬다. 이는 경제학자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순수기대가설 △시장분할가설 △유동성선호가설을 설명하도록 한다.

순수기대가설은 장ㆍ단기 이자율이 미래 이자율에 대한 사람들의 전망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우연이가 2년 동안 돈을 빌린다고 하자. 우연이가 돈을 빌리는 현재의 1년 이자율이 5%이고 1년 후의 1년 이자율이 9%라고 전망되면, 돈을 빌리는 현재 시점에서 2년 동안의 이자율은 약 연 평균 7%, 혹은 2년간 14%로 결정된다.

시장분할가설은 단기 대출을 원하는 사람과 장기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다르듯이 단기 대출자와 장기 대출자가 다르다는 이론이다. 장기 대출을 원하는 사람은 장기 대출자에게 돈을 빌리면 된다. 그리고 단기 대출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장기 이자율과 단기 이자율은 아예 다른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유동성선호가설은 돈을 빌리는 사람이 나중에 원리금을 갚지 못할 위험이 큰 장기 대출을 할 경우 돈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붙여 지불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장기 대출과 단기 대출의 이자율을 다르게 설정해 말 그대로 ‘자산의 유동성’을 선호하는 이론인 것이다. 유 교수는 “일반적으로 단기 대출은 위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자율이 더 낮다”고 밝혔고 반면 “장기 이자율에는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이자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가설 모두 현실을 반영한 이론들이지만 현재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상대적으로 가장 최적화된 이론으로는 유동선선호가설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대출자들은 장기 대출보다는 위험 부담이 적은 단기 대출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장기 대출을 원하는 차입자들에게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외부적인 요인에 따른 이자율 결정
국가 간 자금 이동은 이자율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이자율이 4%이고 일본의 이자율이 1%라면 투자자들은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 자금을 공급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자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자금 공급이 늘어 이자율이 하락하고 일본의 금융시장은 자금 공급이 줄어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자금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가간에는 다른 나라의 이자율 변동이 자기 나라의 이자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부당한 외부 요인으로 이자율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TV로 예를 들어보자. A전자와 B전자는 전자제품 시장의 1, 2위를 다투는 회사다. A전자와 B전자가 올해 출시한 TV는 디자인과 기능이 매우 흡사하다. 때문에 경쟁할 수 있는 요소는 가격이다. 두 회사는 계속해서 가격 내리기를 감행한다. 그러나 A회사와 B회사는 앞으로의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 더 이상 가격을 내리지 말자고 담합한다. 이런 담합은 금융기관들에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지만 이들도 차용증서를 발행해 시장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이때 은행이 돈을 빌리고 쓴 차용증서를 ‘양도성예금증서(CD, 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라 한다. 은행도 일반 대출자와 마찬가지로 대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것이 ‘CD금리’다. CD금리는 은행이 차입자에게 돈을 대출해줄 때에도 기준 금리로 활용된다. 따라서 은행은 대출자에게 신용도에 따라 결정되는 가산 금리를 CD금리에 더한 이자율로 대출해준다.

그러므로 은행과 차입자 관계에서는 CD금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은행에게 유리하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그만큼 대출자는 원리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불황일수록 CD금리는 낮아진다. 은행들은 CD금리가 낮아질수록 본인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조작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금리담합이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따른 이자율 변동이 아닌 금융기관들의 탐욕에 의한 이자율 변동인 것이다. 유 교수는 “경제 불황이 오면 통상 모든 이자율이 낮아지는데 CD금리만 그대로라면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담합을 의심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참고: 도서 「채권과 이자율파생상품」, 「미쉬킨의 화폐와 금융」, 「금리를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 「금리ㆍ채권지식이 돈이다」
이미지 출처: 아이클릭 아트

<명목이자율 계산식>
인규는 영현이에게 10만 원을 빌리고 1년 후에 12만 원을 갚기로 약속했다. 이때 명목이자율은 몇 %인가?

PV = 빌린 금액 i = 명목이자율 n= 만기까지의 기간(년) CF = 1년 후의 현금흐름

답은 20%. 명목이자율은 물가상승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순수 이자율을 뜻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이자율이다.

<실질이자율 계산식>
희원이는 한양은행에 정기예금을 하러 갔다. 예금의 명목이자율이 15%, 1년 후 기대되는 물가상승률이 10%일 때, 실질이자율은 몇 %인가?

ir = 실질이자율 πe = 물가상승률 답은 5%.

실질이자율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이자율을 뜻한다. 이는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해 구할 수 있다.

희원이는 물가상승률이 명목이자율보다 높아 이익을 봤다. 그러나 명목이자율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높으면 ‘음의 이자율’이 발생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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