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소재 선택, 한국의 정서를 품다
탁월한 소재 선택, 한국의 정서를 품다
  • 노영욱 기자
  • 승인 2012.09.22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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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공민경 양과 나눈 솔직담백한 품평회

이번에 뮤지컬 「빨래」를 관람한 공민경<연세대 경영학과 11> 양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자취를 하며 빨래를 해온 공 양에게 뮤지컬 「빨래」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공연이 끝난 후 한 카페에서 그녀와 함께 공연을 천천히 돌이켜 보았다.

Q. 공연은 전체적으로 어땠는가.
소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들의 표정이나 연기를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조그만 무대에서 최소한의 장치를 활용해 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인상 깊었다. 또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내용으로 꾸며진 뮤지컬이라 매우 매력적이었다. 소극장이라는 공간은 그 내용을 돋보이게 했다.

Q. 한국의 정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단 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웃들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타지 사람인데 그 사람들이 서울에서 겪는 막연함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한다. 나도 타지 사람이고 자취를 하다 보니 여주인공이 경험하는 것을 공감했고 더 극에 몰입했다. 또 한국적 정서라는 것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좁은 의미와 더불어 ‘현재의 사회 모습’까지 포괄한다고 본다. 이미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는 한국의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그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끌고 온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한국적이었다.

Q.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는가.
사실 한국인들이 외국인 노동자 연기를 한 것이 낯설었다. 그런데 극중 ‘마이클’이라는 인물은 원래 극의 재미를 책임지기 때문에 그의 어눌한 한국어는 극의 몰입에 도움이 됐다. 여주인공은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의 이미지가 어울려 좋았다. 다른 배우 분들의 연기도 좋았는데 특히 주인 할머니의 연기가 좋았다. 코믹할 때는 코믹하고 진지할 때는 진지한 감정 표현이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했다.

Q. 기억에 남는 노래는 있는가.
1부 마지막에 나온 「비 오는 날이면」이 가장 인상 깊다. 모든 배우들이 우산을 높이 들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 같이 성량을 높여 노래가 귀에 잘 들어왔고 확 꽂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참 예뻐요’라는 노래의 가사가 신선했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예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비교적 식상한데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받아치면서 똑같이 ‘예쁘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나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는 ‘예쁘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보는데 이것에 가사에 반영돼 와 닿았다.

Q.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
극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식의 결말을 좋아한다. 여주인공이 처음에 책을 들고 등장하는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점에서 일하며 작가와 같은 자신의 꿈을 찾는 내용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Q. ‘빨래’라는 소재에 대한 생각은.
공연을 관람한 후 빨래에 우리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빠는 행위를 통해 슬픔을 씻어내고 이를 통해 아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에 빨래에 많은 것이 함축돼 있는 것 같다. 또 더 강하게 와 닿았던 것은 ‘살아있음’과 빨래를 연결시킨 것이다. 극중 주인 할머니는 자기 딸의 똥이 묻은 기저귀 빨래를 하면서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똥을 싸고 빨래를 하게 된다”는 말을 하는데 이를 듣고 문득 빨래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공 양은 뮤지컬 「빨래」를 관람한 후 기분 좋은 햇볕에 빨래가 잘 말랐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그 때의 빨래가 줬던 ‘건강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건강한 배우들이 건강한 힘을 주는 공연, 그것이 뮤지컬 「빨래」의 힘이고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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