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 노영욱 기자
  • 승인 2012.09.22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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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호중 씨가 생각하는 「빨래」의 매력
현재 뮤지컬 「빨래」가 진행되고 있는 대학로의 ‘학전그린 소극장’.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 전, 무대에서는 배우들의 리허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약 10분 정도가 지난 뒤, ‘솔롱고’ 역을 맡은 배우 최호중 씨가 무대 밖으로 나왔다. 이제 막 리허설이 끝난 상태여서 그런지 얼굴에 마이크를 붙이고 청바지와 공장잠바를 입은 ‘솔롱고’의 모습이다.

최 씨가 뮤지컬 「빨래」에 참여한 이유는 서민인 그가 극의 내용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다른 공연을 하는 도중 지인의 권유로  뮤지컬 「빨래」를 봤는데 재밌었어요. 이 공연은 서민들의 얘기인데 저 또한 서민이거든요. 어릴 때 어려웠던 시절을 직접 겪기도 했고 제 주변에 못 사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래서 극의 내용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그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솔롱고’다. 솔롱고는 외국인 노동자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지났는데 남은 것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이다. “솔롱고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려고 한국에 온 몽골인이에요. 몽골에서는 대학교까지 졸업한 지식인이에요.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 공장 일을 하고 있어요. 체류 기간이 지났지만 돈을 더 벌기 위해 한국에 남은 거죠.”

몽골인을 맡은 만큼 그가 연기를 하며 가장 주의한 것은 바로 ‘외국인’ 연기다. “처음 역할을 맡은 순간 언어에 대한 생각이 가장 컸어요. 아무리 외국인이라도 한국어가 어눌하면 관객이 알아듣기 힘들고 반대로 한국어가 능숙하면 관객이 외국인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잖아요. 둘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 절충점을 찾기 위해 그는 그만의 노력을 했다. “영상도 찾아보고 몽골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서 음식도 먹고 얘기도 했어요.”

외국인 연기 외에도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섬세한 감정 연기다. 스스로를 ‘상남자’라고 말한 그는 거친 자신의 성격을 섬세한 연기에 맞추기 위해 다듬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핍박당하고 무시당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들이 흔히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주인공과의 사랑 연기는 표현하기 어려워요. 제 스스로가 감정이 메말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슬플 때 빨래를 하라”라고 말하는 장면이라고 답했다. “주인 할머니와 희정 엄마가 나영에게 위로를 해주는 장면이 있어요. 나영이 고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부당 해고를 당하거든요. 주인 할머니는 사지 절단에 하반신 마비가 온 40대 딸이 있고 희정 엄마는 남편을 버리고 왔다는 아픔을 지니고 있어요. 둘 다 평범한 삶 대신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거죠. 그런데도 두 인물은 나영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해줘요. 이런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것 같았어요.” 대답을 듣던 도중 문득 왜 힘들 때는 빨래를 하라고 하는지 궁금해졌다. “대본에 근거해서 말하자면 빨래를 하면서 찌든 때 빠지듯이 슬픔을 털어버리라는 의미에요. 여러모로 함축적인 거죠.”

「빨래」는 뮤지컬이다. 그런데 연극 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 빨래의 특징이다. 다른 뮤지컬의 경우에는 음악이 극의 내용을 이끌지만 「빨래」에서는 극이 진행되는 도중 음악이 양념과 같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저희 공연을 처음 본 관객들은 연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드라마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춤과 음악이 나오기에 뮤지컬인거죠.”

뮤지컬 「빨래」는 일본에 라이센스 뮤지컬로 수출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현재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일본어 자막 공연도 진행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본질적인 것들은 다 같은 것 같아요. 아무리 부유한 나라라도 가난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모두들 어려움 속에서  삶을 살아가잖요. 그래서 일본인 관객들도 극의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최 씨가 관객에게 당부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공연을 봐 달라는 것이다. “타인의 평가로 인한 편견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저희 공연을 봐주세요.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신 뒤 관람객들이 많은 것들을 얻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공연이 ‘행복’이나 ‘희망’뿐만이 아닌 다양한 것들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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